[sochi] 울어버린 상화, 발은 여제였고 손은 여자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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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올림픽 2연패를 이루자 눈물을 흘렸다. 13일 메달 세리머니에서도 애국가가 흘러나오자 고운 얼굴은 눈물 범벅이 됐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민얼굴도, 드레스 차림에 화장한 얼굴도 아름다운 그녀다. [소치=뉴시스, AP]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는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네일아트’를 꼽는다. 그는 “유니폼을 입고 스케이트를 신으면 여자로서 꾸밀 수 있는 데가 유일하게 ‘손톱’이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손톱 관리를 받는다”고 했다. 13일 이상화의 단골 네일아트숍인 서울 청담동 비베레 멜리오의 김미정(35)씨를 만나 ‘여자 이상화’ 이야기를 들었다.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는 금메달을 기원하며 금빛 네일아트를 했다. 김미정씨는 “올림픽을 앞두고 금색이 들어가는 네일아트를 하자고 이상화 선수와 정해 놨다”며 “손톱의 스마일 표시는 이 선수의 긍정적인 면모를, 빨간색은 열정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상화가 한번 단골을 정하면 바꾸지 않는 의리파라고 했다. 그는 “내가 네일숍을 옮길 때마다 잊지 않고 찾아줬다. 머리, 메이크업도 5~6년 전부터 쭉 한 사람에게 받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화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손톱 관리를 받는다. 네일숍 직원들에게 주스·홍삼 등을 챙겨주는 살뜰한 면도 있다고 전했다. 이상화의 발에는 두껍게 굳은살이 박여 있다. 김씨는 “여름에 한 번 패디큐어(발톱관리)를 받은 적이 있는데 훈련에 상한 발을 보고 감동받았다”고 전했다. 반면 손은 아주 보드랍고 손가락이 길다. 김씨는 “이 선수는 손이 정말 예쁘다. 살결도 보드라운 ‘천생 여자’ 손이다”라고 했다.

‘여제(女帝)의 발, 여자(女子)의 손.’ 서울 은석초등학교 때 스케이팅을 시작한 이상화. 곱던 발에 물집이 잡히고 굳은살이 두터워질수록 그는 빨라졌다. 훈련과 훈련 사이, 한두 시간 여유가 생기면 이상화는 네일숍을 찾는다. ‘여제’와 ‘여자’ 사이를 오간 그는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스프린터가 됐다.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이번 대회는 즐기겠다”고 다짐했던 이상화. [소치=뉴시스, AP]
이상화는 패션화보 촬영장에서 웬만한 배우 못지 않은 끼와 건강미를 발산했다. [사진 에스콰이어]

이상화는 의외로 애교가 많다고 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털털한 모습이지만 일단 친해지면 ‘애교 작렬’이다. 김씨는 이상화가 남자친구 이상엽(26)씨에게는 내조 잘하는 백 점 여자친구라는 귀띔도 했다. 현재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정훈장교 중위로 복무 중인 남자친구는 연세대 체육교육학과를 나온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이다. 김씨는 “남자친구가 해군 특수전요원 시험을 준비할 때 이 선수가 많이 응원해주더라. 서로 힘이 돼주면서 오랫동안 만나는 건실한 커플”이라고 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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