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지니어스' 영웅은 사라지고 시청자 분노만 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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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더 지니어스 시즌 2’ 논란의 중심에 선 이상민.

tvN의 서바이벌 게임쇼 ‘더 지니어스’가 다음 주 막을 내린다. 시즌 2 내내 논란을 몰고 다녔다. 프로그램 폐지 서명 운동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톱3의 준결승·결승이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시청자의 반응은 싸늘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의문의 초대장, 저택에 모인 승부사들, 두뇌 게임, 난무하는 의심과 배신, 매회 제거되는 1인. 닫힌 공간과 극한 상황은 두뇌 게임을 벌일 최적의 조건이자 인간 본성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킨다. 이를 TV 리얼리티쇼에 가져온 ‘더 지니어스’는 다소 낯선 실험이었지만 시청자에게 참신한 즐거움을 주었다. 적어도 시즌 1까지는 그랬다.

 시즌 1의 참가자들은 저마다 가진 승부사 경력답게 게임의 논리에 빠르게 적응했다. 치열한 수 싸움과 합종연횡은 매혹적인 승부를 연출했다. 하지만 시즌 2는 달랐다. 회가 거듭 될수록 실망의 소리가 커졌고, 배신과 협잡에 분노가 폭발했다. 시즌 1 때는 방송 직후 명승부를 복기하는 글로 넘쳐나던 각종 팬 카페에서 폐지 서명 운동이 벌어졌다.

 시즌 2 ‘정리해고 게임’에서 배신을 통해 일약 우승자가 된 이준석은 지탄을 받자 “현실이었다고 생각해보라. 당신이 해고되면 전부가 살 수 있다는 말에 누가 동의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장면은 현실의 축약이면서 배신이라는 비상구조차 없는 더 가혹한 현실을 되새기게 한다.

시청자 의 태도는 이중적 측면이 있다. 정의의 이름으로 출연자들을 비판하지만 인신공격이란 정의롭지 못한 방식을 취한다든지, 편가르기를 비난하면서 스스로 편을 갈라 출연자 이름자 앞에 ‘갓(god)’ 또는 ‘혐’을 다는 방식으로 숭배와 혐오의 극단적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지니어스’ 현상을 관통하는 것은 대중의 열망에 대한 부응과 위배이고, 두 시즌의 차이도 여기서 비롯된다. ‘더 지니어스’를 내러티브로 보자면 영웅서사에 가깝다. 시즌 1은 영웅의 탄생, 시즌 2는 거인의 죽음이다. TV 오락에 대한 대중의 기대는 잠재된 재미를 구현시키라는 것이고 그것을 해낸 연예인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낼 따름이다. 시즌 1의 영웅은 우승자 홍진호다. 그 역시 룰 브레이킹(규칙 깨기)을 했지만 차원이 달랐다. 5대 5게임에서 그는 ‘찾아내기’라는 규칙을 ‘만들어내기’로 변형시키는 창조성을 보여주었다. 그가 명장면을 만들어낼 때 시청자들은 새로운 차원의 환희를 맛봤다. 반면 시즌 2의 참가자들은 승리의 법칙에만 몰두했다. 처음부터 비밀을 공유한 밀실회의에서 승패를 결정지으니 다양한 변수 간의 충돌과 조합의 묘미는 사라졌다. 명승부를 시도한 플레이어들은 왕따 당하듯 하나하나 제거되었다.

 ‘더 지니어스 2’에 관한 문제의 핵심은 시청자의 소외감이다. 오직 이기기에 혈안이 된 출연자들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방송인 출연자 연합으로 해커 이두희가 탈락한 6회와 이어진 홍진호의 탈락이 정점이었다. 극중 악역을 진짜 악인으로 등치시키는 반응까지 나왔다.

 여기서 우리는 ‘더 지니어스’ 현상에 내포된 또 다른 의미도 살펴볼 수 있다. 게임이 아닌 일상 현실에서 벌어지는 각종 부조리한 사태에 대해 대중의 반응은 무엇인가. 영웅을 추억하거나, 분노하거나, 둘 중의 하나 아닐까.

손병우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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