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난제 첩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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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0월 10일 총선을 통해서 재집권하게 된 「해럴드·윌슨」 영국 수상이 이끄는 노동당 정부는 가장 효과적인 외교정책과 경제정책을 강구, 2차대전 후 최악의 경제 위기를 비롯하여 현재 영국이 직면해 있는 심각한 대 내외적 난국을 타개해야 할 입장에 있다. 「윌슨」 노동당 정부가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외교 및 경제 문제들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외교·국방 문제=노동당 정부의 앞으로의 외교정책은 핵무기 계획을 포함한 현 국방 정책의 근본적인 수정에 따라 그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방위정책 수정의 목적은 현재 약86억 「달러」에 달하는 국방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데 있다. 영국이 국방 예산을 대폭 삭감할 경우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은 명백한 일이다.
노동당이 지향하고 있는 외교정책 방향을 분석,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영국은 궁극적으로는 핵무기를 폐기할 것이다. 노동당은 최근 선거 운동에서 『우리는 신형 전략 핵무기 개발 계획을 폐기했다』고 선언한바 있다.
②노동당 정부의 경제 정책은 대서양과 「유럽」지역을 떠나 여타 지역에서의 외교 정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영국은 「아크로티리」 「데겔리아」 등 2개 「키프로스」 주둔 영군 기지를 궁극적으로 철수시키려 하고 있다.
노동당은 또 「말타」에서 영국 군을 철수, 영국과 극동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두개의 중개지인 「키프로스」와 「말타」를 포기할 계획이며 이와 동시에 「싱가포르」에서도 군대를 철수시킬 예정이다. 이는 결국 동남아의 영국 군 주둔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것은 이미 가사 상태에 빠진 동남아 조약기구(SEATO)의 존립은 물론 「페르샤」만 유전들에 대한 모든 방위 가능성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영국의 이 같은 정리 작업은 두 가지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친미적이고 대서양의 단결을 주장하는 노동당 정부가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도에 대한 미국의 군사 기지화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며 북대서양 조약기구에 의해 승인, 고무되고 있는 영국 해군의 이점을 포기하기는 힘들 것이다.
▲경제 문제=경제 문제야말로 「윌슨」 내각의 장래 운명을 결정할 핵심적 문제다.
「인플레」 억제가 가장 우선적인 문제이다. 연간 물가 상승율이 비록 6월의 21%와 7월의20%에서 8월에는 16.4%로 다소 안정되기는 했지만 이것은 총선을 앞둔 노동당 정부가 부가세를 인상하는 등 인기 정책을 쓴데다가 일부 식품 가격의 계절적 하락에 영향받고 또 일부 수입품 가격이 안정된 데 기인하는 것일 뿐이다.
특히 임금 인상은 생산성에 악영향을 미쳐 경기를 더욱 침체시킬 요인이 될 것이다.
노동당 정부는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생계비와 「링크」시키는 이른바 『사회 계약』 체결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전투적인 노조를 만족시키면서 「인플레」 요인을 제거할 타협점을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영국은 「인플레」 외에도 금년에 1백억「달러」에 달할 것이 확실한 국제 수지 적자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실업자는 내년에 1백만명을 초과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정부가 소비 억제 정책을 취할 경우 이는 경기 침체와, 실업 증가를 더욱 촉진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산업 국유화 문제=노동당은 재집권한 이상 선거 공약대로 국유화와 정부의 기업 참여,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 등을 추진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총 유효 투표의 39.3% 지지율로 집권한 노동당으로서는 이들 문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입장이 되지 못하며 따라서 급격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주공동체 문제=「윌슨」 수상은 영국에 불리한 구주공동체(EC)가입 조건을 재 협상하겠으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탈퇴 여부를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노동당 내 온건파인 「셜리·월리엄즈」 소비상·「로이·젱킨즈」 내상 등은 노동당이 EC 탈퇴를 고집하는 경우 탈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윌슨」 수상으로서도 과반수 의석을 겨우 1석 초과한 『위태로운 다수』를 이끌고 다시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윌슨」이 원래의 가입 조건 재협상이나 국민투표 공약에서 후퇴하게 되면 EC탈퇴를 강력히 주장하는 좌파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없다.
「윌슨」 수상은 어느 정도 타협적인 안을 들고 나와 좌파를 설득시켜야 할 입장인데 이것은 노동당 내의 고질적인 좌·우파 대결을 재연시킬 것이 분명하다.
어떻든 노동당 정부는 이제 험난한 항해를 다시 해 나가야 할 중책을 수임했다.
정부가 취할 어떤 결정들은 국민들로부터 심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총선의 승리와 경제난의 타개는 전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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