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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저격 사건 논고 요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서언>
이 사건을 결심함에 있어서 피고인 문세광에 대한 범죄 사실과 이에 대한 증거·법률 적용·법정 등에 관하여 검찰 관측의 의견을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이 사건의 본질적 요인이 되는 그 배후관계를 말씀드리는 것이 순서가 될 줄로 압니다.

<첫째>
이 사건은 소위 인민 민주주의 혁명 전략에 의하여 우리 대한민국을 공산화하려는 북한 공산 괴뢰 집단의 지령 하에 일어난 사건임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피고인은 바로 북괴의 괴수인 김일성의 사주를 받고 우리 국민의 원수요, 영도자이신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 제거함으로써 사회 혼란을 조성하고 지하 공산 세력을 주축으로 하여 민중 봉기를 유도, 정부를 정복하여 공산화할 것을 기도하였던 것입니다.

<둘째>
이 사건의 배후에는 피고인이 시종 자백하고 있는 바와 같이 북괴의 대남 전초 공작 기지로 자타가 공인하는 재일 조선인 총 연맹의 마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또한 간파해서는 아니 되겠습니다.

<세째>
이 사건에는 또한 일본인 국제 공산주의자들이 개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열렬한 국제 공산주의자로서 고등학교 시절부터 피고인과 사상적으로 친숙하였던 일본인 길정행웅 부부가 피고인의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면 피고인이 어떻게 국내에 잠입하여 우리 국가의 원수에게 총격을 가할 수 있었겠습니까.
본 검찰관은 담당 검사로서 이 사건의 배후 공모자 김호룡과 만경봉호에서 피고인에게 김일성의 지령을 전달한 북괴 공작원이나 피고인을 만경봉호에 안내한 조총련 공작원 등을 의당 피고인과 함께 이 법정에 세워 놓고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단죄하여야 할 것인데도 이 시점에서 그러하지 못하는 것을 심히 유감으로 생각하는 바입니다.

<범정론>

<첫째>
피고인의 본건 범행에 의하여 피격 운명하신 분은 다름 아닌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입니다. 우리는 피고인의 흉탄에 쓰러진 분이 반드시 대통령 영부인이라고 하여 이렇게까지 슬퍼하거나 애석해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고 육영수 여사의 너무나 높은 덕과 품성으로 인해 그를 잊지 못하고 따라서 그를 가시게 한 피고인의 범행을 더욱 증오하고 질책하는 것입니다.
육 여사가 흉탄으로 가시던 날 온 국민이 호곡하며 장송하였던 것은 무엇을 의미하며 지금까지도 여사의 유택에 참배 객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무엇을 말해 주는 것인지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둘째>
피고인은 우리의 국가원수에게 총을 쏘았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자연인에 대한 충격과는 전혀 그 의미가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그것은 일국의 국가 원수에 대한 총격은 바로 그 국가에 대한 총격이요 국민 전체에 대한 총격이기 때문입니다. 더우기 피고인은 누차 언급되었습니다만 박 대통령을 암살함으로써 이를 기폭제로 하여 지하 공산 세력의 주도하에 민중 봉기를 일으켜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이 틈을 타서 북괴의 무력 지원 하에 우리 정부를 전복하고 공산 정권을 수립하려고 하였던 것입니다.

<세째>
우리는 본건 범행이 하필이면 성스러운 광복절 경축식장에서 일어난 점에 대하여 또 한번 경악하고 분노를 금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계급만 알고 민족을 모른다는 공산주의라고 하지만 이렇게 조국 광복일까지 범행에 이용하리라고는 그 누군들 예상이나 했겠습니까.

<네째>
피고인은 열렬한 공산주의자입니다.
피고인은 이미 고등학교 재학시부터 공산당 선언, 김일성 선집, 모택동 어록 등 각종 공산주의 서적을 탐독하는 일방 김일성과 모택동의 사진을 피고인의 집 실내에 걸어 두고 동인 등을 숭배하면서 공산주의 사상을 신봉하고 자기 나름대로 느끼는 재일 동포 사회에 대한 모순의 해결은 한국을 공산화시키는 것뿐이라고 망상해 오던 골수 공산주의자임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다섯째>
피고인은 육 여사의 운명에 대하여는 일부 반성하는 듯하나 범행 자체에 대해서는 뉘우치고 있지 않습니다. 그는 아마 이 법정에 서 있는 이 순간까지도 약속된 북괴로부터의 구원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어느 땐 가는 북괴에 의해 구출되어 약속된 영웅 칭호를 받으면서 적도 평양을 활보할 날을 환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끝으로 피고인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피고인이 자기의 조국에 대하여 무엇을 알고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이 조국의 역사를 얼마나 알며 이 조국의 지정학적 숙명에 대하여 아는 것이 무엇이며 이 조국의 문자와 언어에 대하여 무엇을 아는지, 한갓 영웅적 환상에 사로 잡혀 북괴의 사주를 받고 이 조국에 침을 뱉고 총질까지 하여 국기를 위태롭게 하고 온 국민의 추앙과 흠모를 받던 대통령 영부인을 살해한 죄과를 무엇으로 속죄하려고 하는지?
거듭 고 육 여사의 고혼의 명복을 빌면서 본 검찰관은 감히 본건 피고인을 민족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범죄자로 단죄하고 대한민국의 역사가 존속하는 한 다시금 이러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피고인과 같은 자는 이 사회에서 영원히 제거시켜야 할 것이라고 제언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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