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hi] 담담한 연아 "러시아 그 선수 신경 안 써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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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피겨 여왕’ 김연아가 올림픽 2연패를 위해 12일 오전 러시아 소치로 출국했다. [김진경 기자]

“다른 선수는 신경 쓰지 않는다.”

 마지막 원정길에 오른 ‘피겨 여왕’은 언제나처럼 당당하고 대범했다. 김연아(24)가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러시아 소치로 떠났다.

 태릉선수촌에서 개인훈련을 해 온 김연아는 20일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21일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2연패에 도전한다. 수백 명 취재진에 둘러싸인 김연아는 생긋 웃으며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흘러서 다시 올림픽에 출전한다. 두 번째 올림픽이고 내 선수 생활의 마지막 무대이기도 하다. 만족스러운 경기를 하고 후배들과 함께 즐겁게 올림픽을 치르고 싶다”고 말했다. 김해진(과천고), 박소연(신목고·이상 17)과 함께 출전하는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다.

 김연아의 2연패를 의심하는 이는 드물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달 “김연아는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후 공백기가 있었지만 정상 탈환을 위해 돌아왔다. 올림픽 2연속 우승을 확신한다”고 전했다. 또 지난 6일에는 김연아를 ‘현존하는 피겨스케이팅 전설’이라고 표현했다. AP와 월스트리트저널은 “김연아가 여자 싱글 올림픽 2연패가 유력하다”고 점쳤다.

 그러나 김연아가 조용히 2연패를 준비하는 동안 ‘신데렐라’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가 등장했다. 리프니츠카야는 피겨 단체전 여자 싱글에서 합계 214.41점으로 1위를 차지하며 러시아의 단체전 금메달을 이끌었다. 무서운 10대 소녀의 활약에 해외 언론은 김연아 2연패에 대항할 선수가 등장했다고 술렁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0일 “김연아가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지만 리프니츠카야가 피겨 단체전 금메달로 여자 싱글 메달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리프니츠카야도 “김연아를 실물로 본 적이 한번도 없다. 직접 한번 보고 싶다”고 당돌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단체전이 끝난 후 모스크바로 이동해 개인전 준비를 시작한 그는 “이제 여자 싱글 금메달 딸 생각만 하고 있다”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김연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리프니츠카야를 ‘그 선수’라고 칭하며 “어렸을 때부터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니어에 데뷔해서 첫 올림픽에 출전한 만큼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했지만 “다른 선수는 신경 쓰지 않는다. 나에게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리프니츠카야가 홈 이점으로 유리한 판정을 받고 있다는 말들이 나오는 건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방상아 SBS 해설위원은 “리프니츠카야 프리 연기에서 두 번째 러츠 에지와 회전이 좋지 않았다. 점수가 지나치게 높았던 것은 홈 어드밴티지가 작용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연아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겼다. 그는 “피겨는 기록으로 성적이 나는 스포츠가 아니다. 선수가 매번 잘할 수도 없고, 항상 똑같은 기준으로 심사 받을 수도 없다. 심판 판정 부분은 내가 생각할 문제도, 노력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나는 그저 만족스러운 경기를 하고 나오는 결과를 받아들일 뿐”이라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글=박소영 기자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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