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된 구성 속의 설화|최영림 신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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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 고유의 설화적인 소재를 많이 그려내는 유화가 최영림씨가 신작전을 마련했다. 출품된 30여점은 ,70년 이후 금년에 이르는 10호 내외의 것들이다.
국전에서 초대 작가상을 받아 작년 여름 「파리」를 돌아보고 귀국전을 열어 여행중 만든 다소 시도적인 소품들을 보여준바 있으나 이번에는 종래의 화풍 그대로이다.
그래서 그의 전시회「캐털로그」에서 최순우씨는 『자기개성이 서 있어서 좀처럼 휘청거리지 않는 작가』라고 했는데 그것은 외래풍조에 어설프게 감염되지 않음을 가리키는 말로 해석된다.
그만큼 그는 순박한 우리의 토속에 집념하며, 거기서 인간에 대한 애정과 오뇌를 되새기고 있고, 그 점에서 그는 두드러진 한국 화가의 한사람으로 꼽힐 만 하다.
이미 잃어버린 고향의 봄 동산에서, 꿈을 꾸는 듯 최씨가 그리는 인물들은 밝고 청순하며 혹은 옷가지마저 훌렁 벗어버린 채 뛰어 논다. 그리고 새들이며 짐승도 어울려 합창하는 곳.
출품된 최근작 중엔 화면을 좀더 정리하고 설명적인 구성을 단순화하려는 기미가 엿보이는데 이것은 10수년만에 일어나는 기법상의 시도로 보여 주목된다. <23일∼29일 양지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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