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은행 통해 投信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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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머니마켓펀드(MMF) 환매 사태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펀드 판매 증권사들을 돕기 위해 이들과 은행을 연결한 크레디트라인(신용공여한도.일종의 마이너스 대출)을 열어주기로 했다.

그러나 채권시장 안정기금을 만들어 채권형펀드에 편입된 카드채나 SK글로벌 회사채를 직접 매입해달라는 요구에는 응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19일 "최근 카드채가 편입된 MMF를 중심으로 환매 요구가 몰리면서 증권사들이 떠안은 수익증권이 6조2천억원어치나 쌓였다"면서 "이들에 자금 숨통을 터주기 위해 은행권과 협의해 크레디트라인을 열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자금을 요청하는 증권사와 수익증권을 담보로 돈을 대주겠다는 은행들을 연결해주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과거 대우채 환매 사태 때도 투신권에 크레디트라인을 열어줘 금융시장 안정에 활용한 바 있다.

금감원의 신해용 자산운용감독국장은 "크레디트라인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것"이라며 "현 상황에선 여기에 더해 채권시장 안정기금까지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국은 최근 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에 이은 카드채 부실 우려로 촉발된 채권형펀드 환매 사태가 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카드채 거래가 재개되고 값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며 "하루 5조원을 넘었던 채권형펀드의 환매 규모도 1조원 안팎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19일 채권시장에선 카드채가 전일보다 2%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금리에 일부 거래됐다. 삼성카드 채권이 7%에, LG카드와 현대캐피탈은 7.4%선에 거래가 이뤄졌다. LG투자증권 성철현 채권팀장은 "아직 거래가 활발한 편은 아니지만 카드채를 사겠다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투신운용사들은 최근 급락한 카드채에 투자 매력이 있다고 보고, 6%대 후반의 고수익을 겨냥한 카드채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편 금감위는 이번 환매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MMF의 환매제도를 뜯어고치기로 했다. 환매신청 전일 채권값을 기준으로 즉시 돈을 내주는 방식에서, 신청일 가격을 기준으로 다음날 돈을 주는 익일 환매제도로 바꿀 예정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현 제도 아래선 환매 당일 채권값 하락분을 투신사들이 떠안아 주기 때문에 환매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며 "조만간 규제개혁위원회에 제도 개선안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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