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명 체한 24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진사사절로 방한한 「시이나」자민당 부총재는 19일 하루를 분주하게 보냈다.
박대통령을 청와대로 예방한 하오3시부터의 1시간50분간은 시종 엄숙한 분위기였다.
약속시간보다 10분 빠르게 청와대에 도착한 「시이나」특사는 응접실에서 대기하다가 3시정각 대통령 집무실로 안내됐다.
「시이나」특사의 말에 따르면 이 자리서 박대통령은 「시이나」특사에게 『한·일 회담 때도 고생했는데 이번에도 또 고생한다』고 위로했고, 배석했던 「우시로꾸」일본대사의 등을 치면서 『수고했다』고 노고를 치하했다.
박대통령은 한국정부에 대한 전복활동이 일본국내에서 행해지고 혹은 준비되고 있는 것은 강한 위기감을 주는 것이며 일본측도 이점에 대해 고려해주지 않는다면 곤란하다고 말했다는 것.
박대통령은 여러 가지 문제를 싸고 양국정부간에 응수가 있었던 것 같고 한때는 위기에까지 갔으나 얘기가 매듭지어진 것을 평가한다면서 『이것으로 염려했던 양국관계의 위기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일본측 조치를 받아들일 뜻을 밝혔다고. 「시이나」특사는 『일본은 국교정상화의 원점으로 되돌아가 새로 출발하는 마음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니 대통령의 각별한 조력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 자리서는 박대통령의 말만 김정렴 실장이 통역을 하고 「시이나」특사의 말은 통역없이 그대로 들었다는 것. 예정시간 1시간을 50분이나 넘긴 면담이 끝난 뒤 박대통령은 「시이나」특사를 청와대 현관 앞까지 배웅했다.
「시이나」특사는 뒤이어 중앙청으로 김종필 총리를 예방. 김 총리와는 이날 하오5시로 면담이 약속되어 있었으나 「도오뀨·호텔」에서 수행중인 일본기자들에게 붙들려 다소 지체, 이 사정을 외무부 의전실로 알리고 10분 늦게 총리실에 도착했다.
일행이 모두 65년 한·일 관계 정상화 회담에 관여했던 때문인지 김종필 총리와의 1시간 10분간의 요담중 처음 15분은 당시 협상이 화제가 됐다. 요담중 「시이나」특사의 발언은 비교적 적은 반면 김 총리는 대부분의 대화를 조총련 문제에 집중, 일본의원들은 『잘 알았다』『감명을 받았다』고 했다는 정인량 총리공보비서관의 설명.
김 총리는 『일본의 조총련에 대한 인식이 겉 핥기 식이므로 일본은 이를 단속하고 감독을 하라는 우리 주장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시이나」특사는 8·15사건의 범인 문세광의 배후에는 조총련이 개입한 것이 확실하다고 본다는 김 총리의 의견에 대해 『문세광의 배후관계에 대한 인식이 일본에서는 제대로 돼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정인량 총리공보비서관이 전했다.
김 총리는 특히 「시이나」일행에게 조총련 문제에 소상히 언급, 『김일성은 조총련을 「적국제1지구지구당」이라고 하고 있다』면서 일본을 적국이라고 지칭하는 것부터가 일본에는 문제가 아니냐고 강조했다.
『조총련이 지난3월 각 지구에 설치한 「통일사업부」는 간첩과 한국정부 전복을 위한 요원을 훈련하고 있는 곳이다. 요즈음 한국에 대한 간첩 침투는 대부분 일본에서 들어오고 있는데도 일본은 손을 못 대고 있다』고 말을 계속.
김 총리는 일본의 북괴간첩 기지화에 언급, 『일본경찰은 북괴의 만경봉호 승선자를 숫자만 파악해 북괴는 특수요원으로 공작하려는 대상자는 배에 남기고 대신 엉뚱한 자를 그 숫자만큼 하선시키고 있어 이 자들의 일본 출입국은 자유자재』라고 말했다.
「시이나」특사 일행을 맞아 김 총리가 19일 저녁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베푼 만찬은 2시간동안 시종 담소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만찬은 양식으로서 식사후 모두 「칵테일」로 건배한 후 포도주·양주 등을 들었다.
김 총리는 특사일행과 담소하는 가운데 65년 한·일 국교정상화회담 당시 막후주역을 맡았던 고「오오노·밤보꾸」옹의 기풍 등을 회상.
특히 이번에 방한한 「야마무라·신지로」의원은 「요도」호 사건 때 운수성 차관으로서 서울에 달려와 자진 인질로 평양까지 갔던 얘기를 했다. 그는 2박3일간 평양에 머무르는 동안 숙소방에 갇혀 잠자는 도중에도 김일성 선전영화를 보라고 하던 북괴의 선전책동을 공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