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정리되는 육사 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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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944년 북경 감옥에서 옥사, 금년으로 30주기를 맞은 민족시인 이육사 (본명은 원록 혹은 활)의 생존시 문학 활동이 「외솔회」와 서강대 김학동 교수에 의해 총정리 됐다.
특히 이번 정리 과정에서 미발표 유고시 『바다의 마음』 (시인 신석초씨 소장)과 묵화 2점 (신석초 이가원씨 소장) 도 발굴 공개되어 육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이번의 육사 문학 총정리가 우리 문단에서 더욱 뜻깊은 일로 평가되는 것은 이제까지 작고 문인에 대한 작품 활동의 정리 작업이 거의 시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문인을 철저하게 연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가 남긴 모든 작품은 정리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작고 문인 중 작품 연보가 제대로 돼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가령 육사의 경우만 해도 비록 그가 과작의 시인이기는 했지만 71년 간행된 육사 시집 『광야』가 겨우 24편의 시 밖에 수록하지 못해 많은 아쉬움을 남겨 주었었다. 지난번 서울대 김윤식 교수가 발굴한 25번째 시 『광인의 태양』도 그러한 점에서 관심을 모으기 충분한 것이었다. (8월21일자 본지 4면)
이번 외솔회와 김학동 교수의 육사 문학 총 정리 작업은 미발표 유고시 1편, 새로 발굴해 낸 시 5편 외에 논설·평론·수필·서간 번역 등에 미치고 있어 육사의 문학 활동이 이제까지 생각됐던 것보다는 훨씬 다양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 발굴된 시는 『남한산성』 (『비판』 39년3월호) 『소공원』 (『비판』 38년9월호) 『초가』 (『비판』 38년4월호) 『해조사』 (『풍림』 4집) 『서울』 (『문장』 41년25호) 등이며 이밖에 20여 편의 논문·평론·수필 등은 『비판』『신조선』 『청색지』『개벽』 등 당대의 잡지에서 발굴됐는데 이들 산문을 보면 육사가 얼마나 투철한 시국관을 가졌으며 얼마나 정확한 예술관을 가진 시인이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가령 오중전회를 앞두고 『외분 내열의 중국 정정』『위기에 임한 중국 정국의 전망』 『중국 청방 비사 소고』 등 논설은 당시의 중국 정정을 날카롭게 해부한 수준 높은 시국 해설이며 『영화에 대한 문화적 촉망』 『예술 형식의 변천과 영화의 집단성』 등은 그가 시뿐 아니라 영화 등 다른 예술에 대해서도 높은 안목을 가졌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육사는 21세 때인 1925년 독립 운동 단체 의열단에 가입, 그해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사명을 띠고 처음 북경 땅을 밟은 이래 이따금 귀국하기도 했으나 그의 독립 운동의 무대는 주로 중국이었다.
김학동 교수에 의하면 『이번의 정리 작업으로써 국내에서의 육사의 문학 활동은 대강 완결됐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가 중국에서도 많은 문학 활동을 벌였으리라는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이것이 「육사 문학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정리 작업이 육사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한 계기가 될 것 같다. 그의 시작 수법이 암흑 속에서 민족의 신념과 의지를 노래한 것이라면 이번에 발표된 상당량의 작품들은 좀더 깊은 육사의 내면 세계를 보여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외솔회가 발행하는 『나라 사랑』 제16집 (74년 가을호)은 이제까지 밝혀진 육사 작품과 이번 발표한 작품을 합쳐 「육사 전집」이라 할 수 있을 육사 특집을 마련하고 있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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