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골탕먹이는 "대매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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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부 기성복 판매점과 양화점에서『여름철 떨이판매』『재고품정리』등 문구를 지저분하게 써 붙이고 손님을 유인, 이를 미끼로 바가지를 씌우거나 강매행위를 일삼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상점 문 앞에 터무니없이 싼 가격 표시를 하거나『반액대매출』『품질보증』등 그럴싸한 문구를 써 붙이고 들어온 손님들에게는 선전과는 달리 조잡한 상품을 내놓거나 비싼 물건을 사도록 강요하기 일쑤이다.
특히 이 가운데 일부는 1년 내내『점포정리』『결손대매출』이니 하는 문구를 붙여놓고 공공연히 유객, 사지 않을 경우 욕을 퍼붓는 일이 잦다. 이 때문에 멋모르고 싼 물건을 사려던 선의의 고객이 오히려 더 비싼 값에 사거나 봉변을 당하게 된다.
서울 종로3가 H기성복판매점의 경우『여름용 KS「마크」기성복「결손대매출」-고급 춘하복 6천5백원짜리를 4천6백원에, 하의 2천8백원짜리를 1천8백원에, 여름「잠바」2천1백원짜리를 1천5백원에,「넥타이」7백원짜리를 3백원에 판다』고 붉은 글씨로 큼직하게 써 붙여 놓았으나 실체로는 이보다 모두 비싼 것이고 이러한 물품은 겨우 몇 벌 걸려있을 뿐이다. 특히 3백원짜리「넥타이」는 중고품에 가까운 저질품이었다.
또 청계천1가 일대의 구둣방에는 하나같이「남자용 고급신사화 1천9백원 균일」「재고품정리」라고 써 붙여놓고 행인을 강제로 끌어들이다시피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2천5백원∼6천원짜리 이고 1천9백원짜리는 창고에서 꺼내 팔고 있다.
특히 H양화점·C양화점 등은「구경환영」이라고 붙여놓고 유객하면서 실제로 손님이 들어가면 비싼 구두를 내보이며 흥정, 그냥 나올라치면『구경만 하고 가느냐』며 시비를 걸고 욕설을 퍼붓기 일쑤. S화점은 3년째 한결같이「재고품 정리」라고 붙여놓고 영업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기성화 공장에서 1천원 미만 짜리 싸구려를 사다 재고품이라고 속여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상인들은 자금회전을 빨리 하기 위해 이같은 판매방법을 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번 당해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불평하고 있다. 유인상씨(36·서울 도봉구 쌍문동318)는『1천9백원짜리 구두를 샀으나 단 두달만에 물이 새고 구두창이 떨어져 나갔다』며 우선 손님을 끌어들이고 흥정을 붙여 저질품을 강매하려는 얄팍한 상술은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당국은 이에 대한 뚜렷한 단속조치가 없어 단속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지 간판 단속기간만 일시적으로 손을 댈 뿐이다. 게다가 상인들끼리의 자체조직도 없어 자율적인 규제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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