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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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자는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니라 발로 쓴다는 말이 있다. 언제나 현장에 있으라는 말도 있다. 모두 「저널리즘」의 금언처럼 되어 있다.
이런 말이 제일 잘 어울리는 것은 사실은 해외 특파원의 경우이다. 이런 말을 당초에 한 것도 특파원들이다.
서양에서는 특파원이란 「매스·미디어」의 꽃으로 여기고 있다. 누구나가 특파원이 되기를 원한다. 그렇다고 실제로 아무나 특파원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파원이란 글만 잘 쓴다고 되지는 않는다. 언제나 사건의 냄새를 미리 맡고 역사의 현장에 있게 되어야 한다. 「뉴스」 감각이 그만큼 날카로와야 한다는 얘기다.
「에드거·스노」는 모택동의 앞날을 정확하게 점치고 다른 기자들이 장개석 총통의 뒤만을 쫓고 있을 때 모택동의 팔로군 속에 뛰어 들었다.
그뿐이 아니다. 정상적인 외교 「채늘」로는 어림도 없는 일들을 해치울 수 있을만한 뛰어난 취재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뉴요크·타임스」지의 「제임즈·레스턴」은 미국 사람들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을때 중공에 용케 뛰어들어 주은래를 만났다. 그는 미국이 중공과 국교를 재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있다.
「르·몽드」지의 「로벨·기랑」은 또 월남전에 앞서 월남전의 전망을 올바르게 점치고, 또 비밀속의 인물이던 호지명과의 회견기를 처음으로 써냈다.
이렇게 훌륭한 해외 특파원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한 곳에 상주해서 장기적으로 머무르고 있는 특파원이다. 또 하나는 사건이 터 질 듯한 곳을 찾아서, 또는 사건이 터진 다음에 특파되는 기자들이다.
가령 우리 나라에 상주하는 외국 특파원의 수는 20명을 넘지 못한다.
그러나 총선거가 있을 때라든가 「푸에블로」호 사건 때처럼 큰 일이 터졌을 때에는 그 수가 몇 배로 늘어난다.
최근에 일본의 사회당 소속 어느 의원이 일본에 들어온 한국의 특파원 수가 6백명이 넘으며 그중 대부분은 정보원들이라는 발언을 했다 한다. 알 수 없는 해괴한 발언이다. 8·15 사건 이후 일본에 간 한국의 특파원 수는 현재 16명뿐이며 가장 많았을 때에도 19명을 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해외 특파원은 주재국의 외무부에 특파원 신고를 하게 되어 있다. 그러면 외신 기자 「클럽」증 같은 신분증을 받고 취재의 편의를 얻게 된다.
그리고 이들만이 원수의 기자 회견에도 참석할 수 있고 관리들과 만날 기회도 가질 수 있다. 한마디로 민간 외교관의 구실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특파원은 국가간의 신의와 명예를 존중하게 됨은 물론이다. 「유럽」의 경우에는 모든 교통편 숙박비의 할인에 이르기까지 편의를 제공받는게 관례로 되어 있다.
일본 의원이 한국의 특파원에 대한 조작 발언을 했다는 것은 이들 특파원의 눈을 두려워 한다는 것 이외에도 어떤 악의를 품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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