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키워드로 보는 사설

김정은 체제의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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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북한의 선언이나 제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 김정은 체제를 우선 이해해야 한다. 북한의 불예측성·돌발성·불확실성 등 많은 부분이 김정은으로 대표되는 3대 세습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 체제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분석 틀이 있겠지만 최근 벌어지는 북한 문제 대부분은 김정은 등장 이후 새롭게 자리 잡은 북한의 정치사회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북한은 냉전 종결 이후 새롭게 조성된 국제정치 질서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내외적인 불안정 속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3대 세습, 1인 지배의 혈통 중심 가족지배 체제라는 지구상 유일한 국가형태 자체가 비정상적 국가의 전형이다. 한때 시도했던 개혁·개방은 사실상 중단하고 거의 외부 지원으로 연명하면서 핵개발로 안보문제를 해결하고 선군정치를 지향하는 게 현재 김정은 체제의 실상이다.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으로 권력승계가 이뤄지면서 일시적인 체제안정은 이뤘으나 장기적으로는 더 취약할 수 있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불안정성이 더 늘어난 상황이다. 최근 북한은 김정일 시대의 위기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새로운 정치·사회·경제·외교 등 총체적인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미국·중국과의 대외 관계도 악화됐다. 이런 대내외적인 위기 상황에 처한 북한이 한국과 어떤 관계 설정을 시도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북한의 현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바탕으로 북한의 제안을 해석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16일 북한의 ‘중대 제안’도 마찬가지다. 제안에 담긴 문자적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이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무시하는 것도 모두 조금씩 불안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의 제안이 평화공세적 위장 전술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고자 하는 진정성이 담긴 메시지인지, 이를 바라보는 우리 내부 시선도 극명하게 갈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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