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2만원 넣으면 서울~일산 한 달 출퇴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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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기름값 2만원만 내면 서울에서 일산까지 한 달을 출퇴근할 수 있는 차가 나왔다. 전시용으로 만들어진 컨셉트카가 아니라 실제로 도로를 달리는 양산형 차다. 폴크스바겐 코리아는 본사에서 지난해 개발한 2인승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XL1’을 10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올봄부터 유럽시장에서 250대가 한정판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국내 출시는 아직 예정되지 않았다.

경유 1L로 최대 111.1㎞를 가는 폴크스바겐 XL1이 10일 서울 광화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차는 16일까지 부산·대구·인천·광주광역시 등 전국 9개 도시를 돌며 로드쇼를 한다. [강정현 기자]▷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차는 머리가 약간 넓은 은빛 돌고래를 닮았다. 등 부분은 둥그런 유선형이고 뒤쪽으로 갈수록 폭이 좁아진다. 뒷바퀴에는 커버가 씌워져 있고 사이드 미러도 없다. 독특한 외모는 가장 효율적인 연비를 구현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다.

이 차는 100% 전기모드로 50㎞, 경유 1L를 넣으면 최대 111.1㎞를 주행할 수 있다. 경유 1L의 가격이 1700원이라고 할 때 2만원어치만 주유하면 서울에서 일산까지 한 달 동안 출퇴근(왕복거리 약 50㎞)하고도 기름이 남는다.

 XL1은 최고 연비를 실현하기 위해 폴스크바겐이 심혈을 기울인 차다. 유선형 디자인을 채택해 공기저항계수를 0.189까지 줄였다. 계수가 낮을수록 저항을 덜 받는다는 이야기인데, 경주용 스포츠카의 평균인 0.2보다도 낮은 수치다. 강철보다 50%가량 가벼운 최신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 소재를 채택해 차량 무게도 795㎏으로 줄였다. 보통 소형차의 무게는 가벼워도 1t이 넘어간다. 폴크스바겐 코리아 측은 “차체에 사용된 탄소섬유 신소재가 튼튼해 안전성 테스트에서 기존 폴크스바겐 차량과 동일한 점수를 받았다. 차량이 가벼우면 사고 위험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XL1은 가장 기본적인 기능만 제공한다. 아이가 딸린 부부보다는 기름값을 아끼면서 ‘나만의 독특한 차’를 가지고 싶은 싱글족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유다. 우선 2인승으로 뒷좌석이 없으며 크기는 성인 두 명이 앉으면 꽉 찰 정도다. 트렁크는 기내반입형 캐리어를 넣을 수 있을 정도. 에어컨과 히터, 라디오와 음악재생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하지만 에어백은 운전석에만 달려 있고 조수석에는 없다. 조수석에까지 에어백을 집어넣으면 차량 크기가 더 커져서다. “대신 운전석보다 조수석이 약간 뒤쪽에 위치하도록 만들어 어느 쪽에서 충격을 받아도 조수석 탑승자가 머리를 다치거나 튕겨나가지 않는다”는 게 폴스크바겐의 설명이다. 버튼을 누르면 차량 문이 위쪽으로 열리는 ‘걸윙도어’를 채택했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뒷바퀴에는 커버를 씌우고 사이드 미러를 없앴다. 대신 차량 양옆에 망원경만 한 크기의 동그란 카메라를 달았다. 이 카메라가 차량의 양옆 차선을 비추고, 운전자는 차량 양쪽 문에 달린 네모난 화면을 통해 차선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사이드 미러를 볼 때는 시선만 돌리면 되지만, 이 화면을 보기 위해서는 아예 고개를 약간 돌려야 한다. 그래서 XL1을 운전하기 위해서는 폴크스바겐으로부터 별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차를 직접 몰고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도로에서 약 1만㎞를 운전한 폴크스바겐 본사의 엔지니어 패트릭 망크는 “차가 워낙 가볍기 때문에 파워 핸들을 채택하지 않아도 핸들을 조금만 꺾으면 차가 바로 따라온다. 시속 100㎞에 이를 때까지 10초가 약간 더 걸리는 정도로 성능이 좋다”고 설명했다. 단, 시트 역시 무게를 줄이기 위해 얇게 만들었기 때문에 푹신하지는 않다고 한다.

폴크스바겐은 2018년까지 친환경 전기차 시장에서 전 세계 1위를 한다는 목표다. “XL1은 그 포문을 여는 첫 작품”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가격은 약 1억6000만원대. 가격대가 높은 탄소섬유 신소재가 사용됐고 250대만 한정생산해 현재는 매우 비싼 편이다. 폴스크바겐 코리아 측은 “향후 대량양산이 가능해지면 가격대가 크게 낮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글=조혜경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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