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뇌염의 방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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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예년보다 10여일 늦게, 인천시에서 첫 이환자를 낸 이른바 「일본뇌염」은 그 뒤 충북·충남·제주·서울등지에서도 계속 11명의 진성환자가 발생, 앞으로 상당한 맹위를 떨칠 기세다.
이미 보사부는 지난달 2일에 일본뇌염의「바이러스」를 옮기는 「클렉스」모기를 발견하고 뇌염주의보를 내린바 있다. 그러나 이처럼 뇌염의 창궐 기세를 스스로 경고하고서도 보사당국은 그 예방에 필요한 연막소독용 약품을 구할 수 없다고 부산만 떨다가 드디어 오늘과 같은 사태를 빚고만 것이다.
보사부의 당초 발표대로 뇌염모기의 출현이 8월초였다면 이환자 발생에는 통상 2주일내지 한달이 걸리는 것이므로 사실상 한달전에 뇌염발생의 적신호가 오른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지금에 와서야 예비비지출을 긴급 신청하는등 부산을 피우고 있는 것은 보건행정의 무계획성을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물론 보사부당국에 고충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국민 1인당 방역비가 겨우 2백원꼴 밖에 안되는 예산을 가지고 금년과 같이 접제하는 풍수해와 그에 부수되는 방역대책을 세우는데는 여간 힘겨운 점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국민보건상 위기적인 상황이 조성됐는데도 예산의 부족을 이유로 그들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넉넉지 못한 예산일수록 알뜰하게 쪼개어 쓰면서 이번과 같은 허점을 드러내지 않도록 운용의 묘를 발휘했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종래 우리의 보건행정은 각종 전염병과 계절적인 유행병에 대한 예방접종과 진료 또는 환경소독등에 관하여 정확한 실태에 입각한 사전대비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가 사태가 험악해지고만 다음에야 허둥지둥 방역활동을 벌임으로써 때로는 아까운 약품만 낭비하고 그 피해를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하고 마는 경향조차 있었던 것이다.
더 말할것도 없이 각종 질병으로부터 자신과 그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긴요한 것은 국민각자의 자위적 노력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일본뇌염은 일단 걸리기만하면 별다른 특효약이 없고,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사망율이 높으며 설사 회복된다 하더라도 여러가지 후유증을 동반하는 무서운 「바이러스」성전염병인 것이다.
그래서 매년 여름철에 거의 계절병처럼 창궐하고 있는 이 뇌염의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는 국민 모두가 이미 다알고 있는터였다고 할 수 있다.
아예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여 생활환경을 정결히하고 뇌염모기가 출몰할 수 있는 웅덩이·잡초가 무성한 숲을 없애야 한다. 일단 발병이 의심스러울 때에는 조속히 보건당국에 알리고, 되도록 안정을 시키면서 치료를 받아야한다는 것등등 그 예방과 적기의 치료방법에 대해 알려질 만큼은 알려져 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올해에는 뒤늦게 각지에서 진성뇌염환자가 발생하고 있을뿐 아니라, 특히 호남지방은 30년내의 홍수가 휩쓴 뒤인지라 더 한층의 경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하겠다.
당국은 예비비를 풀어서라도 민간의료기관의 협조를 얻어 만전의 방역활동을 펴는데 일각의 지체도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보건당국은 다시 한번 뇌염의 예방과 그 치료방법에 관해 대대적인 계몽활동을 전개하고 적극적인 방역활동을 벌여 그 피해를 줄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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