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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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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원로시인 김광섭씨(69) 중견작가 강신재씨(50)에게 이 가을은 더욱 뜻깊은 가을이 될 것 같다. 문단생활 40년과 25년이 한몫에 결산되기 때문이다.
『김광섭 시 전집』을 준비하고 있는 김광섭씨와 『강신재 대표작 전집』을 내놓은 강신재씨를 만나 작품생활 주변의 이야기를 대담을 통해 들어본다. <정규웅 기자>

<문단생활 40년의 결산|시 전집 내는 김광섭씨>작품활동 막 내린 듯 해 서운|나이 탓인지 관조적 작품만 쓰게돼.
-귀하의 작품세계를 가리켜 민족정신의 고뇌를 표현한 것이라고 하는데….
『청일전쟁에 태어난 내 생애의 시발은 바로 우리 민족수난의 시발이었다. 성장하면서 민족의식을 고취해주는 사람이 없었고 그리하여 그것은 자연발생적으로 내 가슴 속 깊이에서 움터 나왔다. 이것이 내 시의 뿌리를 이룬 것이다.』
-해방후의 작품세계는 비교적 다양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는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시의 흐름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가령 제1시집 <동경>(37년)이 민족의식이 짙게 깔려있는 작품이라면 제2시집 <마음>(48)에는 해방의 기쁨과 함께 인생의 정취가 담겨져 있고 제5시집 <반응>(72)에 이르러서는 사회현상에 대한 솔직한 관심이 주류를 이룬다.』
-40여년의 시작활동에 미련이 있다면….
『서정만이 시작의 올바른 태도라고는 생각지 않으며 따라서 내 시작 태도 자체에 대한 후회는 없다. 다만 문학 외적인 일에 너무 치우치다 보니 시를 깎고 다듬는데 소홀했던 게 아닌가싶다.』
-대표작이랄까, 가장 아끼고 싶은 작품은?
『69년 출판한 <성북동 비둘기>이다. 65년4월 야구구경을 하다 뇌출혈을 일으켜 쓰러진 후 작품활동은 전혀 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다소 회복하여 써 모은 시집이 <성북동 비둘기>였다.』
-전집을 내는 감회는?
『보잘것없을지 모르지만 내 일생동안의 성과이다. 그러나 이 전집으로 하여 내 작품 활동이 막을 내리는 듯하여 서운한 기분이 든다. 되도록이면 이번 전집을 중간결산으로 생각하고 싶다. 요즘도 작품은 계속 쓰고 있다. 나도 모르게 인생을 관조하는 작품이 쓰여지는데, 나이 탓인지….』

<대표작 전집 출간하는 여류 소설가 강신재씨>창작활동 25년의 중간정리|전체적 차원의 새 작품 구상 중
-다작의 작가로 알러져 있는데….
『49년 <문예>지를 통해 「데뷔」한 이래 25년 동안 장편 약 30편, 단편 약 90편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서 약 반수 가량이 이번 대표작전집에 수록됐다.』
-귀하의 작품에 남다른 특징이랄까, 그런 것이 있다면?
『너무 감각에 치우쳤다, 문제의식이 결여돼 있다…는 등의 얘기를 간혹 듣는다.
그러나 보는 사람이 어떻게 보든 나는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작품 완성 후에 내 자신이 미흡하게 느꼈던 점은 다음 작품에서 「커버」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독자·비평가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다소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비평대상 작품이 어떤 작품이든 작품가치는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 가령 작가와 비평가 사이의 인간관계가 작품비평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작가가 된 동기와 지금 심경은?
『결혼 후 백점짜리 주부는 못된다고 생각했고 뭔가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창작에 손을 대게 되었다. 세월을 거의 의식하지 않은 새 전집을 내게되니 다소 착잡하기도 하다. 전집 내는 것이 너무 빠르지 않으냐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으나 나로서는 내 작품 활동의 중간정리쯤으로 치고싶다.』
-이번의 전집출간이 앞으로의 작품활동의 새로운 계기를 이룬다면?
『이제까지 내 작품의 주제가 한정된 범위 안에서 포착됐던 것이 사실이다. 다소 높은 차원에서 전체적인 입장에서 파악될 수는 없는 것일까 생각중이다. 말하자면 문학에 있어서의 전인교육이라고나 할까. 물론 이것은 내 작품 형식의 절대적인 새 출발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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