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의 인상과 전화공급의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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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당국은 그동안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전화 도수료와 가설료를 결국 각각 50%씩 올리기로 하였다. 모든 물가가 크게 올랐으므로 전화 도수료인들 안올릴 수 없고, 가설료인들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듯한 조처가 되었다.
그러나 이번 전화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전혀 상반되는 두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 한가지는 전화요금을 인상하지 말아야한다는 견해다. 모든 물가의 안정을 추구하고있는 정부가 공공요금인 전화요금마저 일거에 그토록 대폭 올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물가가 올랐다하여 공공요금을 올린다면, 공공요금 인상이 다시 일반물가의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 아니냐는 이치에서이다.
더우기 전화요금 인상은 정부당국이 거듭 표명한 공공요금부인상 공약과도 어긋난다는 점에서 이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을 갖는다. 지난 1년 동안 물가가 하도 많이 올랐고, 물가상승에 대한 저항심리도 전에 없이 강한 때인 만큼. 물가상승은 그것이 민간부문에서 일어난 것이든, 공공부문에서 일어난 것이든 간에, 국민은 이 이상의 물가상승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상반되는 또 한가지 견해는 모든 물가가 크게 상승하였으므로 전화요금도 올려야하며 또 전화요금 인상을 통해 전화 「서비스」의 공급부족 현상을 다소나마 해소해야한다고 하는 주장이다. 사실 그러고 보니 이번 요금인상 결정은 6년만의 일이고 인상률도 그동안의 누적된 물가상승률에 훨씬 미급하는 것이므로 그런 대로 이번 전화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정상적인 경제 하에서라면 일반물가가 크게 올랐는데도 전화요금만 장기간 계속 고정시킨다는 것은 무리한 일임에 틀림없다. 이것은 결국 전화료율의 실질적 인하와 같은 것이 되고 마침내는 전화사업의 애로를 자초하게 되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전화사업을 곤란한 상태에 몰아넣지 않는다 하더라도, 더욱 활발한 전화사업의 전개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말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의 전화사정은 극악의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화시설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매우 크고 또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데도 공급의 증가는 지지부진이다.
물론 재원부족이 그 주된 이유이기도하다. 그런데도 전화요율의 실질인하를 방치한다는 것은 이러한 전화수급의 차질을 계속 외면하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자는 것밖에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전화시설의 보유자를 위해서는 부담경감의 혜택을 주는 것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다수의 국민들에게는 전화 「서비스」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더욱 갖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낳게 한다. 따라서 이것은 공공「서비스」 정책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서로 어긋나는 두 가지 견해에는 다같이 그럴듯한 이유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그러기 때문에 요금도 올리지 말고 전화 「서비스」 공급부족도 해소할 수 있는 양수겸장의 편법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당국은 결국 요금을 인상하는 쪽으로 단을 내렸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물가의 앙등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이유가 일단 채택된 셈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과언 전화 「서비스」 부족현상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인지는 극히 의문이다. 만약 이로써도 전화 「서비스」 공급의 부족을 해소할 수 없다면, 그것은 공공요금의 공공성을 무시하고 단순히 요율인상의 악순환을 스스로 재촉한 것밖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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