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hi] "모태범 퍼펙트" … 뺄 살도 없는 근육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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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Perfect)!” 스피드 스케이팅 한국 대표팀의 케빈 크로켓(40) 대표팀 코치는 모태범(25·대한항공)의 상태를 묻는 질문에 짧게 대답했다. 긴 설명이 굳이 필요 없는, 완벽하게 준비됐다는 뜻이다. 모태범은 10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시작하는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에 나선다. 2010 밴쿠버 대회 500m 우승 후 2연패 도전이다. 모태범은 “올림픽을 앞두고 내 과제는 살을 빼는 거였다. 체중을 76㎏에 맞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로필에 실린 그의 몸무게는 72㎏이지만 스무 살 이후 10㎏ 이상 늘어났다.

 올림픽 2연패를 꿈꾸는 그는 밴쿠버 올림픽 당시의 체중에 꼭 맞춰 소치 올림픽에 나서고 싶어 했다. 그러나 아무리 운동을 해도 80㎏ 언저리에서 더 빼지 못했다. 최근 1~2년 사이 근육이 엄청나게 늘어난 때문이다. 이젠 체중에 집착하기보다 탄탄한 근육질로 무장한 자신의 파워를 믿기로 했다.

 모태범을 비롯해 가토 조지·나가시마 게이치로(이상 일본) 등 아시아 선수들이 빙속 최단거리 500m에서 서양 선수와 경쟁할 수 있는 것은 빠른 스타트 덕분이다. 체격이 크지 않아도 순발력을 앞세워 초반 레이스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밴쿠버 올림픽 때 모태범은 빠른 스타트 덕분에 금메달을 땄다. 밴쿠버 우승 후 모태범은 3년 동안 정상권에서 멀어졌다. 긴장감이 떨어진 데다 스케이트 날이 맞지 않아 고생했다. 반등 시점은 지난해 3월 소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00m 1위에 오르고 나서다. 2012~2013시즌 모태범은 막판 스퍼트를 보강했다. 그는 주종목인 500m뿐 아니라 “1000m에서 우승을 노리겠다”며 근력을 키워왔다. 이는 1000m 최강자 샤니 데이비스(32·미국)와 맞서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여자 단거리 이상화(25·서울시청)가 그런 것처럼 1000m에 목표를 두면 500m 스퍼트가 보강되기 때문이다.

 천재형 선수가 엄청난 노력을 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 지옥 같은 단체훈련이 끝난 뒤 모태범은 개인훈련을 따로 했다. 혼자 2~3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보강훈련을 한 것이다. 대표팀 관계자들은 “ 모태범이 달라졌다”며 놀라워했다. 모태범은 “매일 알이 밸 정도로 했다”며 웃었다. 모태범은 2013~2014시즌 500m 월드컵 랭킹 1위에 올랐다. 크로켓 코치는 “현재 모태범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프린터다. 자세한 기록을 말할 수 없어도 대회 직전 전력으로 탄 레이스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소치=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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