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년들은 허무주의에 빠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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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늘의 한국 젊은이들은 그릇된 사회풍조에 물들어 감각적이고 물질적이며 표피적인 인간이 돼가고 있다는 소리가 높다.
경희대 의대 김광일 교수(신경정신의학)는 그의 정신의학 상담실에 비친 젊은이들의 고뇌와 그들의 정신상황을 분석한 『청년의 소외와 참여의식』이란 논문을 통해 한국 젊은이들의 고뇌의 원인과 그 극복을 위한 처방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김 교수는 우선 『한국 청년들의 공통된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내 체험과 경험으로는 오늘의 한국 젊은이들은 깊은 허무주의에 빠져있는 듯하며 찰나적이며 물질 지향적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한국 청년들의 정신병리현상 중의 두드러진 하나는 『삶의 의미를 깊이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오늘」의 재미와 쾌락만이 중요시되고 「내일」의 보람은 경시되고 있다.
이 같은 젊은이들의 정신현상의 원인은 ①정신적 가치보다 외형이 중시되는 사회풍조 ②적당주의 만연 ③물질만능의 사회적 가치관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또 오늘의 청년들은 내적이며 정신적인 성장을 포기하는 경향이 많다. 즉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에는 별 관심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기성사회는 청년들을 위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해주지도 못할 뿐 아니라 언행이 불일치 하는 기성세대의 이율배반적인 행동자체에 심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한국 젊은이들은 깊은 소외감에 빠져있다. 기성세대의 부정·위선 등에 저항했던 젊은이들은 사회에 나와 기성의 관행을 답습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갈등을 느끼며 이중의 소외감을 맛보게 된다. 이는 기성세대의 불건전한 가치관과 행적에 그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젊은이들은 기성사회로부터의 소외에 대해 처음에는 불만, 무관심하나 결국에는 「현실참여」라는 반응으로 사회에 적응해 나온다. 이 같은 젊은이들의 사회에 적응하는 태도가 양식과 이성을 상실하고 과격해질 때 커다란 사회문제가 일어난다. 오늘의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간의 심한 분극화 현상의 원인을 단순한 세대간의 사고 차로 간과하기에는 사태가 너무 심각한 것 같다. 이의 해결을 의해서는 ⓛ적극적인 세대 상호간의 이해 ②젊은이들의 순화된 반항이 통하고 기성세대가 청년들의 이유 있는 반항을 들어주는 사회풍토가 이룩돼야한다. <김광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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