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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에 싸인 문세광의 행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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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박 대통령 저격 사건이 일어나고 한·일 양국의 수사가 시작된지 만5일째. 수사는 배후 관련자를 더 캐내는데 초점을 두고 있지만 아직도 범인 문세광(23)의 행각엔 채 풀려지지 않은 궁금증이 도사려 있다.

<저격 전의 10일간>
문이 저지른 어마어마한 사건에 비해 지금까지 드러난 문의 서울 체류 10일은 평범한 일인 관광객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입국 이후 문이 접촉한 것으로 드러난 한국인은 문과 동침한 청평 「나이아가라·호텔」의 이모양(23), 여행사 안내원 조병옥양(23), 문을 국립 극장까지 태워다 준 「콜·택시」운전사 황수동씨(32) 「나이아가라· 호텔」「웨이터」문경섭씨, 이 「호텔」주인 정태욱씨(52), 조선「호텔」종업원, 중부 경찰서 정보 과장 최종환 경정(37) 등 10명 안팎.
특히 문은 지난 10일과 11일 이틀간에 걸쳐 이 모양과 36시간의 엽색 행각에 빠지기도 했으며 10만원에 6일 동안의 계약 결혼을 요구하는 등 흔한 일인의 타락 관광객과 다름이 없었다.

<권총 입수와 사격 연습>
문은 당초 박 대통령 저격에 사용한 권총을 지난달 18일 일본 대판 부경남서관내 고진 파출소에서 훔쳤다고 말했다. 당시 고진 파출소는 탄환 5발씩이 들어 있는 미제 SW형(번호402508)과 「뉴·난프」(번호 693653) 등 2정의 38구경 권총을 도난 당했는데 문이 저격에 사용한 것은 SW형이고, 「뉴·난프」는 지난 17일 문의 집 2층 응접실 천장 속에서 발견돼 일본에 압수됐다.
문은 처음 이 권총을 대판 부둣가 바다에 버렸다고 우리 수사진에 진술했었다. 그러나 일경은 권총 도난 사건 당시 고진 파출소에 남겨진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과 구두의 크기가 21·5㎝인데 문의 발 크기가 26·5㎝라는 점등으로 보아 문 외의 공범이 권총을 절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문은 처음 수사진에 『총을 처음 쏴 봤다. 대충 집에서 조준 연습은 해왔으나 실탄 사격은 해 본 일없다』고 횡설수설. 일본에 따르면 대판에 있는 사격장은 등록된 선수 외에는 사격할 수 없기 때문에 깊은 산중에서 했거나 경우에 따라 북괴에 밀항해서 사격술을 연마했을지도 모른다는 것. 일본은 또 문의 집에서 탄피·장난감권총·종이 화약 등을 발견, 문이 1년전부터 권총 쏘는 법을 은밀히 연구해온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미국의 고 「로버트·케네디」암살 사건을 목격했던 「워싱턴·포스트」지의 「오버도퍼」기자가 광복절 행사 취재를 위해 식전에 참석했다가 박 대통령 저격 사건을 목격, 『범인은 두 손으로 권총을 받쳐들고 급히 걸어 나오면서 총을 쐈는데 노련한 총격수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해 문의 사격술 연마 가능성은 한층 짙다.

<공범>
문은 지금껏 일본에 있는 김호룡(47·조총련 대판시 생야구 서지부 정치부장)과 「요시이·유끼오」(24)와 그의 처 「미끼꼬」(23), 이마가 벗겨진 북괴 공작원외에는 범행 관련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내 공범=한국이 초행인 문이 식장 내부 구조 등을 소상히 알고 있었고, 식장 입장 때 귀빈을 가장하는 등 경비장의 헛점을 노렸다는 점에서 국내서 그를 안내 또는 유도한 사람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범인 문이 지난 12일 하오5시와 13일 하오5시30분 두 차례에 걸쳐 숙소인 조선「호텔」1030호실에 한국말을 하는 청년과 함께 있었을 가능성도 지나칠 수는 없다. 셋방 여행사 조선「호텔」사무소 직원 음예경양(23)파 조병옥양(24)이 문의 방에 각각 전화를 했을 때 『여보세요』『잠깐만요』라는 한국말 응답을 들었다는 것.
「호텔」운영 관례상 「호텔」종업원이 객실에 들어갈 때는 객실기록 명부에 기록되는데 「호텔」측은 음양과 조양이 문의 방에 전화했을 때는 종업원이 그 방에 있지 않았다고 말해 한국말 주인공이 외부 방문객이었을 가능성이 짙다.
그러나 15일 범행 직후 부상한 문이 국립 의료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은 후 담당 의사에게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는 정도로 문이 약간의 한국말을 할 줄 아는 것으로 보여져「호텔」방 속의 한국말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가름하기가 현재로서는 쉽지가 않다.
▲국외 공범=일경은 수사결과 범인 문은. 단순한 「테러」분자고 배후에 문을 한국에 파견하고 활동을 도와준 거대한 조직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경은 권총을 도난 당한 고진 파출소 안에 문의 발 크기와 다른 족적이 있었고 도난당시 감시 역할을 한 공범을 목격했다는 증인들이 문의 인상이 공범의 인상과 틀리다고 진술한 점, 범인들의 유류품이 파출소 안 여러 곳에 떨어져 있던 점 등 권총 입수 과정에서만도 여러 공범이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문이 소속해있던 한청 동맹 대판 시생야북문부 회원 약10명이 현재 자취를 감추고있어 검찰은 이들이 문과 같이 행동한 조직 세력이 아닌가 보고 있다.

<강희자와의 홍콩행>
문과 「미끼꾜」는 지난해 11월26일부터 3일간 부부로 위장, 「홍콩」을 여행했다. 위조 여권을 위해 남편 「요시이·유끼유」의 호적 등본을 떼어준 「미끼꼬」와 문은 고교 시절부터 서로 아는 사이로 연인 이상의 깊은 관계.
이들의 「홍콩」여행은 범행에 쓸 무기를 구입하는데 목적이었었다고 하나 그것보다는 문이 「요시이·유끼오」의 여권으로 일본 국외를 드나들 수 있는가를 시험해봤다고 보는 편이 옳다

<자금>
「빌딩」청소·휴지 교환·날품팔이 등으로 생활을 꾸려온 문이 지난 가을부터 돈 씀씀이가 갑자기 달라졌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도 「요시이·미끼꼬」와의 「홍콩」행 여비 20만「엥」 동경에서의 입원비 16만「엥」, 올들어 처와의 일본 여행에서 쓴 40여만「엥」, 서울 올때의 40만「엥」등 모두 1백30여만「엥」.
범행 성질이나 배후 관계로 볼 때 권총을 구하러 「홍콩」까지 위험스런 여행을 할 필요는 없었을 것으로 보기 때문.
문은 지난 17일 상오까지 「홍콩」여행 목적이 이번·저격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버텼으나 당시 「홍콩」서 조선「호텔」에 예약했던 예약서가 발견돼 「홍콩」행과 이번 사건의 관련이 드러났다.
그 의 집에 「에어컨」시설이 돼있고 양탄자가 깔려있음도 확인됐다.
가난뱅이 문이 이토록 돈을 함부로 쓸 수 있었던 것은 김호룡에게서 두 차례에 걸쳐 50만「엥」과 80만「엥」을 받았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보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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