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원로 국문학자들 뭉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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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를 넘긴 국어.국문학계의 원로 학자 9명이 모여 학술동인지를 펴낸다.

한국 학계 최초로 '70대가 만든 동인지'를 선보이는 주인공들은 이기문(73).김완진(72).안병희(70).성백인(70) 서울대 명예교수, 강신항(73) 성균관대 명예교수, 채훈(74) 숙명여대 명예교수, 정기호(72) 인하대 명예교수, 정연찬(74).이승욱(72) 서강대 명예교수 등이다. 이기문.강신항 교수는 1949년에 대학에 입학한 '49'학번으로 이 모임의 최고참이다.

50대만 되어도 학문에 대한 열기가 수구러드는 경우가 많은 우리 학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70대 원로들이 이처럼 동인지를 만들기로 시도한 것 자체만으로도 신선하게 보인다.

다음달 국학전문 출판사 태학사에서 첫 호(號)가 나올 동인지의 이름은 '한국어 연구'다.

동인지 창간을 주도한 강신항 교수는 "하나 둘씩 정년퇴임하면서 시간이 있으니까 집에서 낮잠이나 잘 것이 아니라 모여서 하고 싶은 얘기나 하자고 만나기 시작한 것이 3년 전인데 이제 동인지까지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의기를 투합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해방공간과 한국 전쟁기에 처음 만나 젊음과 학문을 함께 했던 것이다. 이들은 모두 1949~50년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한 동기.선후배간이다. 부산에 피난갔을 때를 포함해 학창시절부터 자주 어울렸고, 57년엔 함께 국어학 학술지 '국어 연구'를 펴내기도 했다.

60년대 초반까지도 자주 만났다고 하니 대략 40여년 만에 모두 각기 재직했던 대학의 명예교수란 훈장을 달고 다시 뭉친 셈이고, 40여년 전의 '국어연구'가 이제 '한국어 연구'로 다시 태어나는 셈이기도 하다.

"정년 퇴임하면 학문은 끝나는 것으로들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죽을 때까지 공부할 겁니다." 이렇게 말한 강교수는 첫 호에는 정식 학술논문만을 게재하지만 앞으론 에세이를 포함해 다양한 글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동인지 '한국어 연구'는 부정기 간행물로 하되 형편에 따라 1년에 1~2호씩 낼 계획이다.

이번 동인지 창간엔 빠졌으나 학창시절 함께 어울린 이들 중엔 김열규(71) 인제대 명예교수도 포함돼 있었다. 서강대에 재직하다 경남 김해 인제대로 옮긴 김교수는 거리가 떨어져 있어 동인지 작업에는 참여하지 못했다고 한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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