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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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키프로스」 주재 미국대사가 지난 19일 반미 「데모」대에 의해 사살되었다. 현직 대사가 임지에서 피살되기는 이번이 세 번째다.
4년 전에 서독의 대사가 「과테말라」에서 사살되었으며 작년엔 미국 대사가 「수단」에서 사살된 적이 있다. 대사직이란 편안한 자리가 못되는 모양이다.
이번 사건은 「키신저」가 주선한 「키프로스」 휴전조약이 너무 「터키」쪽에만 유리했다고 여긴 「그리스」계의 반발이 도진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이번 「제네바」휴전조약은 처음부터 매우 불안스러운 것이었다.
우선 「터키」에 『받아들여질 만한』 해결점에 이를 때까지 「키프로스」에 군대를 주둔시켜도 좋도록 규정한 대목이다.
그러나 언제, 얼마나 「터키」군대가 줄어들지는 전혀 명시되어있지 않다는 게 탈이다. 당초에 조약 초안에 있던 「철퇴」라는 말을 「감축」이라 바꾼 것도 「그리스」계로서는 여간 못마땅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이번 휴전이후에도 「터키」쪽에서는 지난 제1차 휴전 때 점거한 지역의 두 배가 넘는 지역을 계속 점령하게 된 것이다. 「키프로스」에는 4대 1의 비율로 「그리스」계의 인구가 「터키」계보다 더 많다. 따라서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그리스」계가 단연 우세했다. 「키프로스」가 61년에 처음으로 제정한 헌법은 대통령은 「그리스」계가, 그리고 부통령은 「터키」계에서 나오도록 규정한 바 있었다. 또 내각·국회·행정기관의 구성도 「그리스」계 7대 「터키」계 3의 비율로 하고 군대까지도 6대 4의 비율을 어기지 않도록 못박아 놓았었다.
이런 「제네바」 휴전조약은 어느 모로는 「터키」쪽의 완승을 뜻한다. 「에체비트」 「터키」 수상이 하루아침 사이에 민족적 영웅이 될 수 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기 재미를 본 탓일까, 아니면 갈수록 의기가 양양했다고 할까, 「터키」군은 계속 휴전조약을 어겨 나갔다. 그것을 불과 5천명의 「유엔」경찰군의 힘으로는 막을 길이 없다. 「키신저」의 중재도 이제는 소용이 없는 모양이다.
미묘한 입장에 놓여있는 것은 「그리스」정부다. 민정이양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리스」당국은 지나친 양보로 군부의 노여움을 사고 싶지는 않지만 기회를 만들어 줄 수도 없다.
이래서 「키프로스」는 「터키」가 원하는 대로 결국은 정치의 모든 면에서 완전한 동등권을 갖는 두 개 정부의 연방국가로 바꾸어 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이런 것을 그 동안 「키프로스」의 「헤게모니」를 잡아오던 「그리스」계 인구가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일 것 같지도 않다. 결국 「키프로스」분쟁은 좀처럼 풀려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스」군정을 두둔하다 요새는 또 「터키」쪽을 편들던 미국의 입장이 난처해진 것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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