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해야 할 일 하는 교육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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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호 30면

지난 연말 국회는 지방대학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대학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므로 이를 육성하자는 정책은 언제, 누가 주장하든 지지를 받기 쉽다. 그러나 이번 특별법을 지지하기는 어렵다. 우선순위와 대상에 관하여 치명적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학문의 자유와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스스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특별법으로 개입해야 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문제 해결이 육성의 전제조건이자 우선순위일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대학입학 정원과 고교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360여 개의 2, 3, 4년제 대학이 있고, 총 입학정원은 56만여 명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대학졸업자의 수보다 많다. 더 큰 문제는 고교 졸업생 수보다도 곧 많아진다는 것이다. 2013년에는 고교 졸업생 수가 대학입학 정원보다 7만여 명 많지만 2018년에는 9000여 명 적어진다. 이어 2024년에는 무려 17만여 명이나 적어진다.

대학 입학정원의 과잉 공급과 맞물린 문제가 지나치게 높은 대학진학률이다. 우리나라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약 7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렇게 높은 대학진학률은 대학 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는 한편 대학 졸업자의 취업 눈높이를 높인다. 청년 취업난과 중소기업 구인난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그 결과다.

2024년 고교 졸업생 40여만 명이 이 비율로 대학에 진학한다면 28만여 명이 입학하게 된다. 현재 대학 입학정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지나치게 높은 대학진학률을 수용하더라도, 대학의 절반은 문을 닫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대학입학 정원과 적정한 진학률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 10년 후는 먼 미래가 아니다.

특별법은 ‘지방대학’을 육성하고 ‘지방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정부가 육성하고 양성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는 정책(특별법)을 적용할 지역을 특정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방을 수도권정비계획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하는 ‘수도권’ 이외의 지역으로 규정했다. 정책을 적용할 지역을 특정해야만 할 때엔 정책의 목적에 맞는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상식이다. 대학을 육성하는 것과 수도권을 정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이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 정한 수도권을 차용해 지방을 특정한 것은 상식에 어긋나며, 행정편의적 발상에 불과하다. 포항공대나 울산대 등은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 있지만 정부가 특별법으로 육성해야 할 경쟁력 없는 대학이 아니다. ‘수도권 이외’라는 특정지역은 육성할 대학을 선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특별법 제2조 제2호는 ‘지방인재’란 지방대학의 학생 또는 지방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것은 수많은 수도권 거주자들이 특별법이 정의한 지방대학에서 수학하는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그리하여 수도권에 거주하는 모든 지방대 재학 및 졸업자를 지방인재로 만드는 것이다. 지방에 살지 않는 지방인재를 육성하자는 것이 말이 되는가.

보다 심각한 문제는 성공적으로 육성된 지방대학에서 수도권 출신이 보다 양질의 교육을 받는다면 이는 우월한 지역의 주민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어서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며, 이들이 지방대학에서 받은 양질의 교육으로 수도권의 발전에 기여한다면 지방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를 완화하려는 다른 정책 목표와 상충한다는 점이다. 이는 국정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원을 과잉 공급하여 문제를 초래한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해 왔다. 대학들에 대한 재정지원 정책이 대표적이다. 특별법이 필요한 것은 이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특별법 역시 실패할 것이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안 해야 할 일을 하는 점은 기존 정책과 같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이란 대학정원과 진학률을 대폭 축소하고 직업학교를 대학에 입학하는 것만큼 매력적인 교육기관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노동의 공간적 분업으로 생산과정이 세계로 확산된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구조적 변화에 적응하고, 지방이 자력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방책이다. 결국은 문을 닫아야 할 대학을 일시적으로 연명시키는, 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효율적인 정책이기도 하다.



정정목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청주대 사회과학대학 학장 등을 역임. 저서로는 『반전의 시대 번복의 논리』 『지방자치원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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