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촌 외상이 말하는 일 외교의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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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의 핵우산 속에 안주, 대미 추종 외교로 일관해 왔던 일본이 「경제대국」이라는 배경으로 이제는 정치대국으로 성장, 미국·중공·소련과 함께 국제 정치장의 4극을 형성하려 들고있다. 특히 최근 한반도의 평화보장 문제는 한반도와 이해관계가 있는 이들 4개국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된다고 주장한 「기무라·도시오」(목촌준부) 일본 외상의 발언은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 어떤 역할을 맡을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돼 주목을 끌고있다. 「기무라」 외상은 시사지 『세계주보』 최근호에서 국제정치에서의 일본의 좌표, 일본 외교의 지향, 미·중공·소등 4개국과의 관계, 대 한국관계 등 일본 외교와 당면한 문제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일 외교의 기본>
현 국제정치의 추이는 「양극화시대」로 긴장완화가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어느 의미에서는 긴장은 군사적 긴장 이외에도 경제적 긴장 및 사회적인 긴장 현상 등으로 다양화 되고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이념보다 국익 우선이 국제관계의 바탕이 되고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예외일수 없지만 일본의 국제적인 지위로 해서 국익추구에서 자제가 필요하며, 평화지향과 국제협조가 일본 외교의 기본적인 원칙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외교는 자주적인 입장에서 다극화된 세계를 상대로 총력외교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미-일 관계>
미·일 우호는 변함없는 기본방침이나 여러가지 마찰이 일고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예컨대 섬유문제를 위시한 무역수지 불균형이 과제로 남아있다.
앞으로도 미·일간에 안보문제에서 이견이 없다고 볼 수 있으나 경제면 특히 자원면에서는 이해의 조정이 필요하다.
「닉슨·독트린」의 제창에 따라 일본이 「아시아」의 군사면에서 미국의 대역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있으나 일본은 미국의 그런 요망에 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위력은 필요불가결이지만 일본 국력이상으로 갖는 것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이점은 미국도 잘 인식한 것으로 본다.

<일-소 관계>
「일·소 우호」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낙관할 수 없다.
북방영토 반환·평화조약 체결·「시베리아」 공동개발이 양국간의 현안인데 아직도 이렇다할 진척이 없다.
앞으로 이러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간의 빈번한 접촉이 필요하다.

<일-중공관계>
양국간에 항공·무역협정은 이미 체결되었고 곧 해운·어업협정도 체결될 예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일·중공 공동성명을 구현하여 조속히 일·중공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일이다.
일·중공 관계 정상화는 「아시아」에 있어서 안정요소로 극동과 세계평화에 기여할 것이다.

<한-일관계>
한국은 가장 사이좋게 지내야 할 인접국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어려운 결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한·일간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중에는 순수한 외교관계에서 다른 나라와는 다른 면이 나타난다. 다시 말하면 심정적인 요소의 증폭이 가장 어려운 문제다. 한국의 국내체제에 대해 자유인의 입장에서 여러가지 비판은 있지만 적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과 그렇지 않은 일본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이점에서 한국의 입장을 잘 이해한다.
역시 한·일 우호관계는 유지하지 않으면 안되는 기본적인 명제로 생각한다.
한국의 공정한 재판, 재판후의 적절한 조치 요망은 우호국간의 국제관계상 당연한 일이다.그러나 이 문제를 한·일 정기각료회의 개최와 연관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문제는 한·일 양 국민의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한·일 정기각료 회의도 개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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