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sochi] 올여름 역기와 뒹군 이승훈, 오늘밤 크라머 넘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크라머는 밴쿠버 대회 때 주로에 잘못 진입해 실격당하며 이승훈에게 1만m 금메달을 내줬다.

이승훈(26·대한항공)이 ‘스피드 코리아’의 첫 주자로 나선다.

 이승훈은 8일(한국시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리는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0m에 출전한다. 소치에서 한국 선수단이 기대하는 첫 메달 후보다. 꽤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이승훈은 “많이 준비한 만큼 자신감이 크다”며 쾌속 질주를 예고했다.

 이승훈은 4년 전 밴쿠버 올림픽 개막 이튿날 50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탈락한 뒤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해 10개월 만에 이룬 기적이었다. 여세를 몰아 1만m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승훈은 “이미 난 꿈을 이뤘다”며 편안하게 말했지만 이번에도 내심 금메달을 겨냥하고 있다.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변칙 무기를 준비했다. 지난해 4월부터 6개월 동안 하루 3∼4시간씩 모교 한국체대에서 역도 훈련을 하며 하체를 키웠다.

또 지난해 12월 월드컵 이후엔 쇼트트랙 대표팀에 합류해 쇼트트랙 훈련을 했다. 쇼트트랙 대표팀의 전지훈련지인 해발 1800m 고지대 프랑스 퐁 로뮤까지 따라갔다. 자신의 뿌리인 쇼트트랙을 통해 코너링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종목을 넘나드는 융복합 훈련은 이미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소치에서 열린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 이승훈은 막판 3바퀴 랩타임(1바퀴를 도는 데 걸린 시간) 31초대를 기록하며 8위에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는 막판 3바퀴 랩타임을 29초대 중반~30초대 초반으로 끌어올렸다. 역기를 들어올리며 키운 파워가 끝까지 발휘된 것이다. 또 쇼트트랙 훈련을 통해 긴 레이스를 펼치면서도 낮은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승훈은 “다른 종목을 할 때는 그 종목 선수가 된 것처럼 훈련했다. 훈련 성과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이승훈은 5000m 월드컵 랭킹 3위다. 메달권 진입이 가능하지만 금메달을 위해선 네덜란드의 거대한 벽을 넘어야 한다. 네덜란드는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중장거리 분야 절대 강국이다. 세계신기록 보유자(6분03초32·2007년 11월) 스벤 크라머(28)는 이번 시즌 월드컵 시리즈 5000m에 세 차례 나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밴쿠버에서도 올림픽 신기록(6분14초60)을 작성하며 이승훈(6분16초95)을 이긴 바 있다. 요리트 베르그스마(28)도 지난 시즌 월드컵 랭킹 1위에 오른 선수다.

 이승훈은 꿋꿋하다. 그는 “밴쿠버 올림픽 이후 난 그들과 경쟁조차 안 됐을 정도로 처진 적이 있었다. 그래도 네덜란드 선수들이 날 위협적인 존재로 생각한다고 하더라. 그들을 소치 올림픽에서 이겨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승훈은 경기를 앞두고 7일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1시간 동안 가볍게 몸을 풀었다.

 7일 발표된 남자 5000m 스타트 리스트에는 이승훈이 가장 마지막인 13조에 포함됐다. 패트릭 베커트(23·독일)와 레이스를 펼치는 이승훈은 아웃코스를 먼저 달린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대회 전날 추첨을 통해 순서를 정한다.

 크라머는 정빙 직후에 레이스를 펼치는 10조에 이름을 올려 다소 유리한 입장이다. 이승훈과 함께 남자 5000m에 출전하는 김철민(22·한국체대)은 4조 아웃코스에서 레이스를 시작한다.

소치=김지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