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카드 사장 "우리도 피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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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고객정보를 유출한 카드사들이 보이스피싱에 따른 피해나 정신적인 피해보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유출된 카드 번호를 도용해 카드소지자가 직접적인 금전 손실을 입었을 경우에만 해당 금액을 보상해 준다는 것이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7일 이런 내용이 담긴 KB국민·NH농협·롯데 3개 카드사가 금융당국에 제출한 ‘고객정보 유출 관련 피해구제 처리 계획’을 공개했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NH농협은행 본사 3층에서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의 농협카드 국정조사 현장검사에서다.

김 의원은 “농협카드는 단순한 정신적 피해·시간 소비 등에 대한 보상은 제외한다고 적시했고, 롯데카드는 직접적인 금전피해와 연계된 정신적 피해만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카드는 직접적인 피해 이외에는 보상 원칙에서 제외했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스미싱·보이스피싱·파밍 등 2차 피해와 정신적 피해는 사실상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롯데카드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2차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검토 중이며, 기준을 만들고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KB국민카드 김덕수 사장 직무대행 역시 “심리적 피해에 대해 판례나 과거 사례를 검토해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신형 NH농협카드 사장은 “정신적 피해와 관련한 법적 절차가 확정되면 보상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NH농협카드 이 사장은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우리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상직 민주당 의원이 “종합 점검과 대책 없이 피의자인 KCB 직원 박씨에게 모든 걸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고객 정보 관리에 대해 안일한 인식을 가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니 신중히 발언하라”고 했지만 이 사장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에 이 사장은 뒤늦게 “고객에게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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