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시대」의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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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69년1월 「법과 질서」의 확립과 「새로운 도덕」의 앙양을 「모토」로 출범했던 「리처드·닉슨」 「스피로·애그뉴」공화당 행정부는 정·부통령이 다같이 불명예스럽게 임기 만료 전에 사임해야 하는 오점을 남기고 「제럴드·포드」 신임 대통령이 잔여 임기를 채우기 위한 새 출발을 했다.
「닉슨」대통령이 재임중의 비리와 과오를 시인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정치적 결단은 일단 높이 평가해야 하겠지만 좀더 일찍이 그리고 솔직히 과오를 털어 놓고 국민의 관용을 호소했던들 임기전 사임이라는 비극적 종말은 모면 할 수도 있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하원 법사위에서 사법방해·직권남용·의회모독의 탄핵조항으로 탄핵권 고안이 채택된 후 결정적 확증을 더 이상 은폐할 수 없게 돼서야 비리를 시인한 것이 그에 대한 사임과 탄핵해임의 압력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련된 그의 비리는 다름 아닌 미국의 민주주의상과 정치도덕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그것은 또 3가지 탄핵조항이 명시하는 바와 같이 헌법상의 의무를 저버리고 법질서를 문란케 하는 범법이기도 했다.
탄핵 재판전의 「닉슨」대통령 사임은 미국을 위해서 뿐 아니라 미국이 영도적 위치를 차지하고있는 비 공산 전체세계를 위해서도 현명한 결단이었다 하겠다. 「워터게이트」사건 발생 후 2년여 동안 「닉슨」대통령은 내정과 외교보다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려하고 변호하는데 정력과 시간을 소모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가 국정 운영 외의 자기 변호에 주력하는 동안 그의 행정부는 불안정 속에 국방·외교·경제문제 타개에 있어 일사 불란한 시책이 이뤄지기 어려웠다. 「워터게이트」사건과는 상관없이 국정 운영에 전념하는 대통령상을 보이려 했지만 그렇지 않은 면모를 감출 수는 없었다.
대통령은 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행정수반일 뿐만 아니라 미국 정치사상의 상징이자 정신적 지도자인 것이다.
그것을 부정하는 대통령이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었고 국민이 전폭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대통령이 탄핵 재판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사임한 것은 그의 말대로 국가이익에 이바지하는 마지막 희생적 봉사였다 하겠다.
미국의 정치제도가 하찮은 「3유급절도사건」(백악관 대변인의 말)으로 대통령의 사임을 몰고 온 법치를 과시했다면 그것은 또 국가 최고 지도자의 퇴임에도 불구하고 큰 동요와 충격 없이 법적 후계자에게 권력이 이양되는 제도적 탁월성을 보여 주었다.
「포드」대통령의 취임으로 우리의 관심을 끈 문제는 무엇보다도 외교정책과 대한경제 군사 원조정책이라 하겠다.
그는 「닉슨」대통령의 사임발표 후 세계화를 성취하기 위한 전임자의 정책과 노력을 계속 추구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닉슨」「키신저」 외교「팀」의 「키신저」국무장관을 유임시키겠다고 밝힘으로써 적어도 외교정책의 대본에는 큰 변동이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것은 곧 소련과 중공 등 공산권 국가들과는 대결에서 협상으로의 공존정책을 계속하고「닉슨」행정부 안보정책의 대 원칙으로서의 이른바 「닉슨·독트린」망을 답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드」대통령의 외교는 내정 편중의 과거경력 때문에 미지수이지만 그 나름대로의 외교정책이 부각되려면 약간의 시일을 요할 것이다.
그의 이념적 색채도 「닉슨」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은 「온건보수」로 알려져 있으며 내정·외교에서 격변이 없을 것으로 단정하더라도 과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 대한정책에 관해서는 「포드」대통령이 최근 일본의 자민·사회·공명 3정당 출신 국회의원들과 가진 대화에서 어느 정도 고지할 수 있다 하겠다. 그는 한국의 내정과 관련하여 미국의 대한경제·군사원조정책을 궤도수정 하도록 요청한데 대해 이를 일축하고 한국의 정치적 독립·경제적 자립·군사적 자위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닉슨」전 대통령은 재임 5년 동안 적도 없지 않았지만 공도 있었다. 그는 세계 평화의 대의를 위해 그의 후임자가 계속 추진하기를 희망한데 대해 「포드」대통령도 계속 추구를 다짐했다. 긴장의 해소와 협조의 증진으로 전 인류를 위한 평화의 기틀이 「건대한 미국」의 새 영도자에 의해 더욱 굳혀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지운(본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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