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저온 한달 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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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상저온」이 한달 넘어 계속되고 있다. 여름 날씨가 15도까지 떨어지는 등 7월의 전국기온이 예년보다 크게 떨어졌고 8월에 들어서도 궂은 날씨에 젖어 대부분의 지역이 예년보다 낮은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
중앙 관상 대에 따르면 서울 지방 7월 최고 기온 평균이 27도로 예년의 29도3분보다 2도3분이 낮았다. 이는 61년 이후 14년 동안 7월 최고 기온 평균으로서는 3번째, 70년의 26도5분과 66년의 26도9분 다음이다. 또 우리나라 여름 날씨로는 대표적으로 더운 곳인 대구 지방이 서울보다 1분이 낮은 26도9분으로 예년의 30도2분에 비해 3도3분이나 낮은 이변을 보였고 광주 지방도 이와 비슷, 27도4분으로 예년의 30도2분에 비해 2도8분이 낮았다.
그중에서도 기온 차가 심한 곳은 강릉 지방. 최고가 20도9분으로 평년의 27도5분에 비해 6도6분이나 낮아 초가을 날씨나 다름없었다. 특히 최고 기온이 20도 이하인 날이 11일이나 되고 7월6일의 경우는 최고기온이 15도7분으로 예년의 28도1분보다 12도4분이 낮아 솜이불을 덮어야 할 정도였다. 날짜수로는 서울 지방 최고기온이 예년보다 높았던 것은 7일뿐이고 광주 지방이 4일, 대구 지방은 단3일밖에 없었다. 또 대구 지방은 16일 이후면 31를 넘어 계속 기온이 오르는 것이 예년인데 올해는 31도를 넘은 것이 이틀 밖에 없다.
더욱이 13일의 경우 최고가 19도4분까지 떨어져 예년의 29도2분과는 거의 10도 차를 나타냈고 그 다음날인 14일도 21도로 8도2분의 차이가 났다.
서울의 경우는 24일 이후면 30도를 넘어 그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고 있으나 올해는 지난 4일 30도를 한번 넘었을 뿐 10여일 째 24∼29도에서 맴돌고 있다.
광주 지방도 16일 이후면 30도 이상의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는 것이나 올해는 말일까지의 보름 동안에 30도를 넘은 것이 역시 단 이틀에 그치고 있다
8월 들어서는 대구 지방만이 예년보다 높은 분포를 보이나 서울·광주는 예년 기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름 날씨가 최고 기온으로 대표되는 것이지만 최저 기온도 많이 떨어져 7월 24일 아침 추풍령 지방은 최저 15도까지 떨어졌고 속초 16도7분, 진주 16도8분, 울릉도가 17도5분으로 전국이 15∼19도로 낮았다.
이때 영동 지방에선「푄」현상까지 보여 더욱 낮은 기온을 나타냈었다. 중앙 관상 대 안명복 예보 과장의 말에 따르면 올 여름이 특히 이상 저온으로 느껴지는 것은 72, 73년의 여름에 기록적인 더위를 보였기 때문도 원인이라는 것. 기록에 나타난 것을 보면 72년 서울 지방 7월 최고 기온 평균이 30도, 73년이 31도3분으로 올해보다는 3∼4도 여분이 높았던 것이 사실.
이와 함께 6l년 이후의 기록을 보면 7월 최고 기온 평균이 4년을 주기로 되풀이되고 있어 흥미롭다. 63년 서울 지방의 경우 28도, 66년에 26도9분, 70년에 26도5분, 그리고 올해가 27도로 예년보다 2∼3도씩 낮은 것이다.
중앙 관상 대는 이 같은 현상이 무엇 때문인지는 확실히 밝혀낼 수 없으나 올해의 경우 7월 들면서 장마가 시작되고 이어 태풍이 불어 기온이 크게 오를 수 없는 데다 장마가 끝날 무렵인 중순부터「얼류션」열도에 중심을 둔 냉각된 고기압과「오호츠크」고기압이 계속 밀려왔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8월 들어서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놓여 소나기성 비가 자주와 햇볕 나는 때가 적었고 이에 따라 지포면의 복사열을 계속 식혀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 관상 대는 6일 우리나라 중부에 걸쳐 비를 내렸던 장마 전선이 급속히 동쪽으로 빠져나가고 남쪽에서 확장하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만주 쪽에서 내려오는 고기압 세력이 합세하면서 맑은 날씨를 보이겠다고 그러나 찌는 듯한 더위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관상 대의 전망이다.
한편 일본 기상청에서는 북극 한랭기의 발달로 극동 지방의 여름이 한달 쯤 짧아질 것이라고 장기 예보했고 서구 각국에서도『여름이 그전 같지 않다』는 아우성 속에 기상 전문가들은 지구가 냉각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어 세계가 기상 이변에 신경을 세우고 있는 실정.
그것도 그럴 것이 일본 정강현에서는 지난 7월7일 7시간 동안에 4백95mm의 폭우가 쏟아져 물난리를 만났고「오스트레일리아」동해 지방에선 한때 국토의 3분의1이, 7월말「방글라데시」에서는 국토의 반 이상이 물에 잠겨 금세기 최악의 수해를 겪었고 3월「브라질」에서는 수해로 4천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내기도 한 것.
올 가을이 얼마나 빨리 오고 겨울이 추울지는 두고 볼일이나 .여하튼 세계는「기상이변」의 홍역을 치르고 있다. <남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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