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의 한국도시생활-서울대신문대학원 김일철 교수의 미래진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경제가 계속 공업위주의 성장을 지향하고 또 실질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20년 뒤의 한국 도시인들의 성격을 최근 김일철 교수(서울대신문대학원)는 『20년 후의 한국-도시생활』이란 논문에서 진맥했다.
이에 의하면 20년 후의 도시생활은 직업이 세분화되고 유동적 인구가 늘어나며, 남편의 위치가 위축되고, 합리적 생활 등으로 개인주의가 두드러지며 가족의 유대도 약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김 교수가 지적한 20년 후 도시생활의 전망이다.

<다양한 직업의 발생>=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한국의 대도시는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직업이 발생할 것은 뻔하다. ▲「서비스」업·사무직이 훨씬 더 창할 것이고 더 전문화할 것이다. ▲직업종류의 세분화·다양화는 교육·훈련의 세분화·전문화와 보조를 같이할 것이다. ▲직업의 세분화·전문화 등 산업사회의 기본 질서인 고도의 분업화를 의미한다. ▲가족제도는 보다 실질적인 핵가족이 형성될 것이다. ▲인구의 수평적·지리적 이동이 완성해지며 인간은 훨씬 동적으로 될 것이다.

<유동적 인구의 급증>=옛 주택가는 노년층이 많이 살게 되고 젊은 부부는 「아파트」나 신시가지로 옮기게 된다. 구 주택가에서는 여전히 「이웃」의식이 지속되지만 신 주택가에서는 「이웃」이란 의식이 많이 사라질 것이다. 또 사무직·「서비스」업의 계층이 증가되며 나날이 통근하는 유동인구가 급증할 것이다.

<위축될 남편의 자리>=가정생활의 변화와 부인이 직장을 많이 갖게 되므로 남편의 지위는 과거에 비해 약해지고 부인은 가사와 자녀들의 관리에 더욱 주도권을 행사하게 된다.

<합리적 생활방식>=20년 후가 되면 출세와 성공의 가능성이나 기회는 오늘날보다 더욱 제도화되어 벼락부자나 벼락출세가 적어질 것이다. 현재 20대가 주도권을 잡을 때는 보다 과학적 합리적 또는 계산적으로 일을 처리할 것이다.

<두드러진 개인주의>=본업이 철저히 되면 전문분야가 체계화될 것이고 또한 개인주의도 강화될 것이다.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 되면 과거와 같이 지연이나 가문·학벌을 바탕으로 한 파벌의식이 약화될 수 있다.

<가족의 유대도 약화>=가계는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되어 예상외의 지출은 극도로 제한을 받는다. 또 관혼상제의 지출도 최소한으로 억제되며 핵가족은 부모나 형의 본가로부터 점점 멀어져 유대가 약화한다.
이렇게 되면 노인문제는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며 노인들의 자살과 정신병은 더욱 빈번할 것이다. 또 청년들의 격심한 생존경쟁은 청년들에게 긴장과 때로는 파멸을 촉구하여 노인 못지 않게 정신분열증과 불안증이 많아지고 또 한편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체념하는 극히 무기력한 생활태도가 많아질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