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트림」은 잘 먹었다는 상징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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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음식물을 맛있게 포식하고 나면 소화가 잘되어 내려갈 때『끄윽』하면서 트림을 하게 되고 일반적으로 그것을 잘 먹었다는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위사람을 잘 관찰하여 보면 음식물도 섭취하지 않았는데 연방 트림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일수록 복부의 팽만감을 호소하기 쉽고 때에 따라서는 속이 잘 메슥거린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여러 가지 위장장애의 증세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음식을 먹어도 잘 내려가지 않고 새벽에는 구토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야기하는 도중에도 트림을 하고 흡연을 하면서도 트림을 하고 음식물을 섭취한 후는 특히 더 심해진다.
이러한 환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공기를 삼키고 있는 사람들이며 이야기하는 도중이나 침을 삼킬 때나 또는 음식물을 섭취할 때에 다량의 공기를 삼킴으로써 생기는 현상으로 이를 식기증이라 부르고 있다. 비교적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거나 신경쇠약이 있는 사람에게서 볼 수 있으며 때로는 삼킨 공기가 다량인데다가 위의 유문부의 경련을 동반하여 위액이 역류하여 입안에 있는 침과 같이 섞여서 멀건 물 같은 침을 흘리게 되는데 이런 것을 옛사람들은 거위가 오줌을 싸서 그렇다고도 하고 있는데 사실과 전혀 다른 것은 물론이다.
원래 회충(거위)은 산성인 위액이 싫어서 위 내에는 존재치 못하는 것이나 잘못하여 소장에서 십이지장을 거쳐서 위 내로 미입하면 요동을 쳐서 복통을 일으키거나 그렇지 않으면 위 내에서 견딜 수가 없어서 식도로 역행하여 입으로 토해내게 마련이며 거위가 오줌을 쌀리는 만무한 것이다.
이러한 식기증 환자는 위장증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자율신경실조증의 따른 증세도 병발하는 수가 많다.
치료의 요체는 환자로 하여금 공기를 삼키지 말도록 주의를 환기시키며 배가 늘 차있는 기분이라든지 목에 무엇이 걸려 있는 것 같은 증세, 또는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근원이 바로 식기증 때문에 생긴 것이며 위 자체에는 아무런 기질적 변화가 없다는 것을 확신시켜야하고 때에 따라서는 신경안정제의 적정한 사용으로 큰 효험을 볼 수도 있으나 일단은 전문의의 치료가 필요한 병인 것이다. <김종고(한양대학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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