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25일만에 끝난 「정치방학」|89회 임시국회개회…의사당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개학하는 학생기분>
2백25일만에 열린 국회의사당. 파란 「카피트」가 깔린 이 의사당 문에 들어선 여야 의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반년이 넘게 얼굴을 잊었던 의원들은 『어떻게 지냈는가』고 첫인사를 나누었고 의사당에 들어서서는 신물이 날 정도로 지루했던 「정치방학」동안의 얘기로 꽃을 피웠다.
공화당의 정우식·오유방 의원 등은 『꼭 학생 때 개학하는 기분』이라 했고 신민당의 신도환 의원은 『물고기가 물을 찾은 것 같다』고, 고재청 의원은 『그동안 떼었던 의원 「배지」를 다시 달고 나왔다』고 했다.
의원들은 개회식전에 소속 원내 총무실, 국회의장실을 찾아 인사 다니기가 바쁘기도.

<당권경쟁자 나란히>
의사당에 먼저 들어선 의원은 민기식·문태준·김재춘(이상 공화), 김진봉·전재구(유정), 김영삼·김은하·김옥선(신민), 이영표·김광수(무)의원 등이고 정부측에서 홍성철 내무·문형태 체신장관이 일찍 나와 의석을 돌며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새마을 복에 노타이>
민복기 대법원장과 김종필 총리는 개회시각보다 10분 앞서 나와 정일권 국회의장실에서 얘기를 나누었고.
개회식에는 신민당에서 당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해영·김영삼·고흥문 부총재와 이철승 국회부의장 등 4명이 모두 참석했고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 곧장 나온 황호동 의원(신민)은 여야 의원들의 격려를 받았다.
의원들의 복장도 각가지여서 김삼봉 의원(유정)은 새마을 복을 착용했고 공화당의 신동식 김종익 윤인식 의원 등은 「노타이」차림이었고 유치송 의원(신민)은 발이 아파 농구화를 착용.

<병원서 직행하기도>
의원들 중 해외에 나가있거나 몸이 불편한 백두진 김재순 송호림(유정), 이병희 민병기 장기영 채영철(공화) 정운갑 이중재(신민)의원 등이 불참했고 선거소송에서 의원직을 되찾은 박병배 의원과 김재규씨의 정보부차장 전임으로 의원직을 승계한 송효순 의원(유정)은 아직 의원 선서를 안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한편 간장병으로 입원해 있던 김현기 의원(신민)은 병원에서 곧장 출석.

<개회식은 12분만에>
의사당 주변은 국내외 보도진과 의사 관계 직원들로 붐볐으나 방청석이 텅 비어 대조.
개회식은 단12분만에 끝냈고 의사당은 곧 잠잠해졌으나 여야 의원들은 각기 따로 의원총회를 갖느라 부산.
이번 임시국회에는 일본NHK방송기자, 「뉴요크·타임스」의 「폭스·버터휠드」기자, 「뉴스위크」지의 「브린클리」기자 등 16명의 외국기자들이 방청을 신청, 허락을 받았다.

<10분간 정전소동>
국회사무처는 모처럼 열리는 국회개회식에 실수가 있을까봐 31일에 이어 1일 아침8시 반에 두 번째 예행연습을 했는가 하면 경위과 직원들을 곳곳에 배치, 경비에도 만점.
그런데 이날 아침9시25분부터 10분간 정전이 되어 국회복도가 캄캄해지자 의원들끼리 부딪히는 조그만 소동을 빚기도.
한편 일시에 몰려 닥친 의원들의 승용차를 정리하느라 교통순경 10여명이 동원돼 진땀을 흘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