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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드라마」제1「라운드」|닉슨 탄핵 안 가결시킨 법사위 표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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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TV「카메라」가 의석을 비치고 있다. 서기가 호명을 시작한다.
결과는 미리부터 분명하다. 그러나 분위기는 심각하다. 그리고 무겁다.
「레이·스톤턴」(민·「아칸소」주)의원은 눈을 감아버렸다.
「에드워드·메즈빈스키」(민·「아이오와」주)의원은 이 역사적인 정치「드라마」의 중압에 눌린 표정이고「바버러·조던」(민·「텍사스」주)의원은 육중한 상체를 뒤로 반듯이 젖히고 천장에나 시선을 박고 있다.
「톰·레이스박」(공·「일리노이스」주)의원의 입에서 무거운「예스」소리가 떨어지자 「닉슨」지지의 선봉장「찰즈·위긴즈」(공·「캘리포니아」주)의원의 얼굴에 검은 그림자가 스쳤다.
마지막으로 호명 당한「피터·로디노」법사위부장은「예스」를 차라리 한숨 같은 소리로 뿜어냈다.
『27명의 의원이 찬성했으며 11명의 의원이 반대했습니다』-. 서기가 보고했다.『「닉슨」탄핵권고결의안 제1조(사법방해)가 가결되었습니다. 하원본회의에 넘기겠습니다』-. 「로디노」위원장의 목소리가 이 비극적인「드라마」의 첫「라운드」의 막을 내렸다.
이때「샌클러멘티」서부백악관의 건조한 폭양 아래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닉슨」대통령은「지글러」대변인을 통해 하원본회의는 자기의 결백을 가릴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천하태평이다.
그러나 하원법사위의 표결결과가 27대11로 나타났다는 사실은 법사위의 공화당의원가운데 6명의「반란」을 의미한다.
공화당사람 이상으로「닉슨」을 지지하던 민주당 보수주의 파들도 모두 탄핵 안에 찬성했다.
가표를 던진「호건」「버클리」「프로치리히」등 공화당소속 하원의원은「닉슨」사단의 40대 기수들이다.
그들은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갈림길에서 번민하다가 역시 파멸은「닉슨」혼자만의 것이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도덕적인 권위가 땅에 떨어진 대통령의 구명을 위해서 미국이상주의를 희생시킬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
민주당의원으로서「닉슨」지지자로 통하는「플라워즈」의원(「플로리다」주)의 발언은 「닉슨」진영을 이탈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적절히 대변한다. 『사실을 조사하고 난 몇 주 후에 내가 할 일이 명백해졌다. 나의 투표로 인해서 나의 유권자들이 상심할는지는 모르나 나 자신도 그만큼 고통스럽다』고 그는 실토했다.
이런 이탈자들에게 갈 길을 제시한 것이 대통령특권을 거부한 대법원의 만장일치판결과 53∼54%로 탄핵을 요구하는 미국사람들의 여론이었다.
토요일(27일)의 실질토의에서 투사형의「찰즈·샌드먼」과「닉슨」의 충복인「찰즈·위긴스」를 선봉으로 하는「닉슨」지지진영은 탄핵 제1조의 9개항을 하나 삭제하여 하원본회의와 상원에서 탄핵조항의 설득력을 약화시키는 작전을 세웠다. 그들은 소 항목을 삭제하는 수정안을 계속 냈다. 그들은「닉슨」이 직접 은폐를 지시하거나 가담한 구체적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들의 수정안은 모두 부결되었다.
26일(금요일)의 대체토론에서는 그들은 공세를 취했다. 「닉슨」이 탄핵될만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명확한 사실증거를 대라는 그들의 주장에 준비부족인 민주당의원들은 탄핵항목은 명확한 증거를 열거할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민주당의원들은 토요일의 토론에 대비하여 밤을 새워 구체적 증거의 정리를 마치고 그것을 개개의 의원들에게 분담시켰다.
토론의 속개를 알리는 사회 봉이 울리자 민주당의원들은 탄핵 제1조를 보충 설명하는 「닉슨」의『죄상』을 미주알고주알 읽어나갔다. 「닉슨」진영은 당황했다. 모든 미국인들이 지켜보는데서 그런 논고가 계속되면 하원본회의와 상원에서 있을 제2, 제3「라운드」가 불리해진다. 그래서「샌드먼」의원이 재빨리 손을 들고 제1조 전체에 대한표결을 동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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