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탄핵 건의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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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 하원법사위원회는 일요일인 28일에도 회의를 열고 압도적 다수 표로「닉슨」대통령에 대한 탄핵건의안을 가결했다.
이날 하원법사위는 2개 탄핵조항 중「사법방해」조항을 27대11표로 가결함으로써 제2조항에 대한 가부표결여하에 상관없이 대통령 탄핵 안이 하원본회의에서 심의케 되었다. 이는 대통령 탄핵 안이 미국2백년 사상 두 번째로 탄핵재판(상원)에 회부될 가능성을 처음으로 구체화시킨 것이다. 물론「닉슨」대통령의 지지파의원들은 법사위에서 통과한 이 탄핵결의안이 하원에서 부결되거나, 아니면 폐기되어『상원에는 도달하지조차 않을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소추가결 가능성이 보다 현실적인 단계에 들어선 것만은 이제 움직일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법사위 일부 위원들은 사법방해와 직권남용 등 이미 제기돼 있는 2개 탄핵 조항 외에 또「의회모욕」과「소득세탈세」조항도 추가할 준비를 갖추고있다 한다.
병든 미국사회에 새 도의를 고취하고, 혼란한 세태에「법과 질서」를 확립할 것을 고 창하여 사상 최대의 득표로 대통령에 취임한지 불과 1년 반만에「닉슨」대통령이 도리어 그가 말한 도의와「법과 질서」에 어긋났다는 혐의로 탄핵대상이 된 것은 실로「이이러니컬」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즉 탄핵조항에 의하면「닉슨」대통령은 사법당국의 조사를 계획적으로 방해하고 금전으로 침묵을 매수하고 미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여 민주당본부침입·도청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다. 또 그는 헌법수호를 다짐한 선서에도 불구하고 그 헌법상 의무를 저버리고 개인적이며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국가기관을 이용하는 직권남용을 범했다는 것이다. 더우이 그는 고위관직 자로서는 치명적인 소득세포탈의 혐의도 받고 있다. 하원법사위는 이것이 다름 아닌「닉슨」대통령을 중심으로 한『조직적인 헌정질서파괴』라고 규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닉슨」대통령은 시종일관 자신의 관련을 부인하고, 이른바「워터게이트」사건은 근의 정책에 반대하는 진보 파 국회의원과 언론의「보복적 공격」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그는 그의 결백여부를 입증할만한 증거자료의 제출에 인색한 나머지 대법원으로부터 자료제출을 명령하는 판결을 받는 타격까지 입었었다.
너무 늦게, 마지못해서 조금씩 증거자료를 제출함으로써 그가 국민의 신뢰를 잃고 그의 무혐의 주장에 대한 공감을 얻지 못한 것도 그를 불리케 한 원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하원본회의는 오는 8월23일까지에 탄핵건의안을 심의하여 탄핵 재판회부여부를 판가름하게 됐다. 가부는 쉬 점칠 수 없지만 4백35명의 하원의원들은 중??대한 책무의 수행을 요청 받게 된 셈이다.
그들은 당파를 초월하고 사리를 젖혀놓고 감정이나 추리에 의하지 않고 확증을 토대로, 국가를 위한 양심의 표결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왜냐하면 하원의 표결은 가부간에 미국역사에 길이 남을 한 시점을 구획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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