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머·스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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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동안 서울의 각 대학에서 1학기 교양과목 학점을 못만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설치돼 성황을 이루던 하기방학중의「서머·스쿨」이 올해부터 서울대·숙대 등 일부대학에서 폐지됐다. 원래 낙제학점 구제를 위한「보강」적인 성격을 띤 우리나라 대학의 하기대학은「어드밴스·코스」로서 추가학점과 전공학문을 위한 저명한 교수의 강의 등을 목적으로 하는 「하버드」나「콜롬비아」대학 등 구미대학들의 유명한「서머·스쿨」과는 그 개최목적과 내용이 전혀 다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구미대학의「서머·스쿨」과 같은 내용을 가진 것은 71년부터 개강한 이대의 「국제하기대학」뿐.
그래서 대부분 2∼3주간의「재수강의」정도로 끝나는 우리나라 대학들의「서머·스쿨」은 학생들에게 수강료, 더위에 시달림 등의 희생(?)을 가져다줄 뿐 본래의 목적인 강의의 실효나 실력향상을 기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부에서 일고있었던 게 사실이다.
72년부터 2년 동안 과목당 2, 3천원 씩의 수강료를 받고「서머·스쿨」을 열어 학점을 못 딴 학생들을 위해 국어·영어·자연과학 등의 교양과목을 강의했던 숙 대는 이 같은 현실적인 비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올해부터 이를 폐지하고 재시험제도를 부활시켰다.
숙대 교양학 부장 이을환 교수는「서머·스쿨」을 폐지한 이유를『학생들의 수강료부담, 2학기 교무행정준비, 2년 동안의 실시결과 더위에 학생들만 시달릴 뿐 별효과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서울대학의 경우는「서머·스쿨」의 폐지이유가 이와는 좀 다르다.
올해부터는 신입생을 계열별로 모집, 1, 2학년의 성적이 3학년 때의 학과배치에 크게 적용되기 때문에『불량학점의 개량기회를 주면 형평의 원칙이 깨지기 때문에「서머·스쿨」을 폐지한 것이라고 한서울대당국자는 그 폐지이유를 설명한다.
현재 연대·고대·성대·이대·경희·한양대 등 서울의 각 대학에는 지난1학기 교양과목 학점을 못 딴 서울시내 대학생 총 10만8천명의 5%가 넘는 6천 여명의 학생들이 땀을 흘리면서 하기방학을 쪼개「서머·스쿨」강의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지난 20일까지「서머·스쿨」을 끝냈지만 경희대와 한양대는 이번 주까지(7월25일∼26일) 계속한다.
이들「서머·스쿨」강의과목은 모두가 한결같이 국어·영어·독어·자연과학 등의 필수교양과목들. 과목당 학점은 대부분이 1, 2학점이나 최고는 3학점 짜리도 있다. 한 과목의 하루 강의시간은 대체로 2시간씩으로 2, 3주간의「서머·스쿨」강의동안 22시간정도를 수강하며, 수강료는 과목당 2, 3천 원이다.
수강학생들은 90%이상이 1, 2학년 학생들인데 이는 대부분의 대학이 3학년까지 교양과목학점을 이수하지 못하면 4학년 진급을 못하도록 하는 학칙을 정해놨기 때문이다.
올해「서머·스쿨」수강학생이 제일 많은 대학은 경희대(1천3백93명)와 한양대(8백명).
이대는 7월5일∼13일까지 영문과에서 영어 단 한 과목(2학점)만의「서머·스쿨」강의를 개최, 5백여명이 수강했다.
연대는 7월3일∼19일까지 영어·독어 2과목의 하기대학강좌를 열어 1백70명이 수강했다.
재미교포 및「아시아」문제를 연구하는 외국학생들을 위해 지난 71년부터 시작한 이대 국제하기대학에서는 현재 21명의 국내외 학생들이 지난 6월17일∼7월26일까지 6주간의 강의를 받았다. 이대 국제하기대학은 미국정부와 대학들이 주한미군의 수강학점과 학생들의 학점을 그대로 인정하는 우리나라 유일의「어드밴스·코스」인「서머·스쿨」인데 지난해부터는 국내 학생들에게도 입학자격을 주고 있다.
앞으로 대학의 능력별졸업 제가 실시되면 우리나라 대학에도「어드밴스·코스」로서의 추가학점을 받기 위한 계절대학이 많이 설치될 것 같다. 내용과 목적이 다를지는 모르지만 각 대학의「서머·스쿨」은 능력별졸업 제와 함께 계속 양적인 번창을 할 전망이다.

<이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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