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성을 해체한 이민의 나라 호주|노동당 정부, 완고「백호파」에 일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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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민의 나라「오스트레일리아」의 이민성이 해체되었다.
노동당 정부의 이 같은 처사는 지난 5월 실시된 선거에서 각내 서열 제3위에 해당하는「앨·글라스비」전 이민상이 백호당 극렬분자의「테러」위협 등 집중공세로 낙선한데 대한 은근한 보복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애꿎은 변을 당한「글라스비」는「미국의 우산」밖으로 벗어나「아시아」에서 발언권을 강화하려는 노동당 정부의 대외정책에 따라 적극적인 유색인이민을 추진했다가 백호주의자들의 미움을 사서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한 것인데「휘틀럼」수상은「글라스비」를 지원하고 노동당의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기 위해『「글라스비」의 낙선은「오스트레일리아」최초의 치욕』이라고 주장, 1백년간 계속 되어온 백호주의를 고집하는 백인 완고파와 유색인종의 값싼 노동력이 침투하는 것을 겁내는 노조 측에 이민성 해체로 일침을 가한 것.
「오스트레일리아」는 20세기초 금광「러쉬」에 따라 개미떼 같이 몰려드는 중국인노동자들 때문에 국민적 동질성이 깨어질 것을 두려워하여 유인인종에게 이주의 문을 닫아버렸지만 매년 10만명 이상의 이민을 받지 않고서는 필요한 추가노동력을 얻을 수 없다.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본토 넓이 만한 땅 덩이에 인구는 불과 1천3백50만명이지만 그 70%가 불모지이고 보면「오스트레일리아」가 가기만 하면 한 밑천 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은 물론 아니다. 게다가「유럽」으로부터의 이민이 줄어들어「오스트레일리아」는 숙련노동자가 부족상태이다.
『「아시아」속의「오스트레일리아」』로 발돋움하려는 대외정책과 이러한 경제적 필요성이 탈백호주의라는 제한된 개방정책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73년도의 이민 최우선정책은「가족의 재결합」이었는데 금년에 들면서「오스트레일리아」시민과 경쟁이 안 되는 직종보유자에 대한 이민장려』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도 그 좋은 예라 할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가「오스트레일리아」인이 갖지 않고 있는 특수기술 보유자들에게 백인사회의 동질성을 유지하는 한도 안에서 인종의 제한 없이 조심스럽게 이민을 허가하고 있는 것은 지난 1백년간의 백호주의로「아시아」각국에서 잃은 인심을 되찾고「아시아」에 영향력을 강화하려는「오스트레일리아」의 목표를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시드니=김남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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