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제 혼란에 대처하는 길|찰즈·P·킨들버그<미 MIT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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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는 현재 불황 속의 「인플레」에 빠져 있다. 73년의 석유파동을 계기로 국제적인 경제 협력 체계는 혼란에 빠져 있다. 비산유국은 심한 국제 수지 압박에 시달리고 있고 국제 통화 개혁도 답보 상태에 빠졌다. 이러한 세계적 경제 혼미 상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미 「매서추세츠」 공과대학(MIT) 「킨들버그」 교수의 논문을 외지에서 발췌, 소개한다. 「C·P·킨들버그」교수는 국제 경제학의 세계적인 권위로서 미국무성·연방 준비 은행에서 근무한바 있으며 주저서엔 「국제 경제학」 등 다수가 있다. <편집자 주>
「스털링」 시대를 계승한 「달러」 시대는 이미 종막을 고했다. 그러나 「달러」 본위제에 대신할 새로운 국제 통화 제도는 아직 형성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새로운 구주 통화가 「달러」를 대신할 가능성이 많으나 실제 국제통화의 기능을 할 구주 통화가 생기기까진 상당한 진통과 세월을 필요로 할 것이다.
전세계의 비산유국들은 값이 오른 원유를 수입하기 위하여 더 많은 「달러」를 필요로 하고 있다.
「달러」의 약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달러」에 대신할 국제 통화가 없기 때문에 석유는 여전히 「달러」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서독 「마르크」·일본 「엥」화 등이 강력한 통화이기는 하나 엄청난 세계 석유 거래를 감당할 만큼 많지도 못하고, 또 서독과 일본이 미국처럼 세계 은행의 역할을 할 자세도 안되어 있다.
석유 가격 상승의 영향은 세계적인 생산 감소 및 「인플레」의 가속과 산유국에의 외화 집중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년 중 산유국에 집적되는 외화는 약 5백억「달러」로 추계되고 있다. 다행히 현재 주요국이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석유 위기가 세계 금융 제도에 준 타격은 상당히 완화되었으나 비산유국의 국제 수지 파탄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산유국은 계속 쌓이고 있는 외화를 주체할 길이 없다.
상품 수입이나 부동산·주식 투자에 「달러」를 쓰는 것도 한도가 있다. 「달러」를 필요로 하는 비산유국에 대여하는 방법이 있으나 상환 보장의 문제가 있다. IMF 등을 통해 「오일·달러」를 비산유국에 환류 시키는 방안도 각국간의 이해상반과 절차상의 문제 때문에 늦어지고 있으며 또 충분하지도 못하다.
현재 비산유국 개발 도상국은 선진국 상품가의 상승과 원유가 인상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아랍」 산유국의 「오일·달러」를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국제 수지 적자국에 환류 시키는 것이 당면한 최대 과제이다. 또 현재 혼란에 빠진 세계 경제·국제 금융 체제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오일·달러」의 환류 통로는 결국 「유러 달러」 시장이 될 것이다.
따라서 「유러 달러」 시장이 혼란에 빠지지 않고 제 기능을 다하도록 각국이 적극 협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이탈리아」·「프랑스」 같이 심각한 국제 수지 위기에 처해 있는 나라를 구하는데 선진국들은 서로 협력해야 한다.
지난 6월 「워싱턴」 재상회의에서 중앙은행간의 대차에 있어 보유금을 시가로 평가, 담보에 넣을 수 있도록 길을 터놓은 것은 이를 위해 좋은 방향이라 생각된다.
석유 값은 앞으로 더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가 인하 설득이 성공하여 연말께엔 값이 내릴 것 같다. 또 연쇄적인 1차 산품의 가격 상승도 앞으론 고개를 숙일 것이다. 그러나 국제 통화 개혁의 전도는 지극히 비관적이다. 지난 6월의 20개 국재상회의에서도 무엇하나 근본적으로 합의된 것도 없고, 비록 일부 합의된 것도 순조롭게 기능 할 것 같지 않다.
그런데도 현재의 주요국의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국내 문제에 정신을 뺏겨 국제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있다. 또 30년대 세계 공항 때 전략적 처방전을 내놓았던 「J·M·케인즈」 같은 대 경제학자가 오늘날엔 없다는 사실도 문제다. 따라서 현재의 혼돈 상태는 앞으로 5∼10년 동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5∼10년의 진통 기간을 지나고 나야 시장「메커니즘」을 기본으로 한 새로운 경제 체제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석유파동으로 외환 곤란을 받지 않는 나라는 선진국 중 미국·서독·일본 정도다.
이들 3대 선진국의 적극적인 행동과 협력이야말로 세 통화 체제의 확립이나 세계적 경제 혼란 상태를 해결하는 첩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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