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제활동|이제훈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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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 안에서 제1의 소수민족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재일 교포. 80만 해외교포의 80%를 차지하는 일본 안의 한국인은 74년l월 현재 63만6천3백46명에 달하고 있다. 「사할린」교포 약 4만명과 아직 등록하지 않은 교포까지 합치면 교포 숫자는 70만명을 헤아리는 추산이다. 63만 교포 가운데 약 21만명이 이른바「조총련」에 소속된 친북괴이고 42만명이 한국계교포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9년 교포 북송이 시작된 이래 눈으로 본 북한의 실정, 특히 최근 일본인 처 자유왕래 탄원 운동에서 나타난 참상 등에 자극되어 현 북괴 교포들의 전향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민단」간부들의 설명이다. 이제는 제3대의 혈맥을 이어가는 이들 재일 교포들의 경제활동도 점차 안정과 기반을 굳혀 가고 있다. 교포경제활동을 뒷받침해 은행 역할을 하고 있는 신용조합이 번창하고 있는 것도 그 단면.
동경도 신숙구 서대구보정 번화가에 자리잡은 7층「빌딩」「동경상은신용조합」(이사장 허필석)은 예금고가 3백억「엥」-. 조합원 7천 여명 가운데 99%가 한국인 교포다.
대판시의「흥은신용조합」(이사장 이희건)의 예금고는 5백억「엥」에 육박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일본내 우리 교포들이 구성한 신용조합(33개 본점과 59개 지점·조합원 약11만명)의 예금고는 현재 2천3백50억「엥」이고 대판시에서만도 1천억「엥」을 돌파한다는 설명이다.
사업자금의 융자·대부 등을 위해 세워진 이들 교포신용조합의 급성장은 재일 교포의 경제활동이 크게 성장하고 있음을 반증해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동경 상은의 허 이사장에 의하면 수년 이내에 동경 상은은 예금고 1천억「엥」을 달성할 계획이고 불과 10년 전 12억「엥」의 예금고와 대비해 볼 때 이 계획은 무려 1백 배를 바라보는 급성장이라는 얘기다.
33개 교포신용조합은「한국인 신용조합협회」(회장 이희건 대판흥은이사장)를 결성해서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또 전 교포가 조합원이 되도록 조합원 확대운동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이 교포신용조합 설립으로 많은 교포가 사업자금을 융자받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현지 외교관들이 돈을 빌어 승용차를 구입하기도 한다는 것.
교포 실업가들 가운데 생산제조업에 손을 대고 있는 이는 드문 편. 자본 규모도 작지만, 외국인에 대한 유형무형의 경제 활동상 제약이 크기 때문에 제조업에 손대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사업의 대종은 제3차 산업인 음식점·「파찡꼬」·상업·하청업 등으로 되어 있다.
동경「아까사까」의 여종업원 9백명 규모의 M「카바레」, 그리고「오오사까」의 여종업원 2천 여명 규모의 S「카바레」, 일류 음식점 등 우리교포가 운영하고 있는 업체는 적지 않다.
「파찡꼬」로 많은 교포가 일어섰지만, 최근엔「볼링」장에 손댔다가 손해를 본 교포가 많다는 것.
대판시에서만도 최근 2년 사이「볼링」장을 만들었다가「볼링」「붐」이 사라져 손해를 본 교포의 재산피해액은 1백50억 내지 2백억「엥」이 되리라는 현지 공관 간부의 설명이다.
그래서『작은 공으로(파찡꼬) 번 돈 큰공(볼링)으로 버린다』는 말이 유행했다는 얘기다.
정확한 통계를 잡은바 없지만, 재일 교포의 재산은 통틀어 합치면 약13조「엥」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민단간부 및 교포실업가의 추산이다. 이 가운데 1백억「엥」이상의 재산가도 2백∼3백명은 될 것이라는 짐작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재일 교포의 80%이상이 하류 생활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고 이들 중 대부분은 하루 생계를 품팔이에 의존하는 어두운 실정이다.
어쨌든 30년∼50년을 뿌리박아 오는 동안 재일 교포들의 경제력은 많이 늘어났고 기반을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설명이었다.
우리 교포가 4만 여명 살고 있는 대판시「이노꾸」의 학고시장은 점포의 80%가 교포 소유이고, 그래서 동대문 시장의 축소판 같아 보였다.
이 시장에서 포목상을 경영하고 있는 이방심 할머니(63·고향 목포)는 생활에 걱정 없이 자녀들의 대학교육을 모두 마쳤다고 했고, 금은방을 경영하고 있는 장경기씨(51)는 돈을 벌어 모국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경제적으로 안정권에 들어서면서 재일 교포들은 교포 공익사업에도 협력을 하고 있다. 「요꼬하마」교포들은 모금한 돈으로 고급주택가에 5백80평 대지의 총 영사관 건물을 구입, 기증했고, 대판에서는 교포들이 돈을 모아 대판총영사관 건물로 1백60평 대지 위에 1천6백평 건평의 11층「빌딩」을 짓고 있다. 대판총영사관「빌딩」은 약 10억「엥」짜리로 전액 교포헌금에 의한 것이며 오는 9월에 준공되며 정부재산으로 기증됐다.
이 밖에도 동경 재일 거류 민단 중앙회관(12층·건평 2천3백50평), 종합교육「센터」등 교포사회자체의 공용건물들이 재일 교포들의 성금으로 곳곳에 세워졌거나 세워지고 있다.
교포실업가들은 어느 정도 재산이 축적되면 본국에 투자하길 바라고 있고 이 길을 넓히기 위해 정부가 외자도입규정을 완화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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