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야권연대' 발언 … 안철수와 교감 있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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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연대는 없다”던 안철수 진영에서 연대를 시사하는 발언들이 나오면서 정치권이 술렁대고 있다. 설 연휴가 끝나면서 핵심 인사들이 “선거 승리만을 위한 야권연대는 자살행위지만, 선거에서 새누리당 좋은 일을 하는 것도 문제다. 딜레마다”(새정추 윤여준 의장), “상황이 바뀌는 것과 아무 상관없이 그냥 나 홀로 가겠다는 것은 사실 좀 현실적 감각에 문제가 있는 것”(새정추 송호창 소통위원장)이라며 연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인사들의 면면과 발언 내용으로 볼 때 단순 말실수는 아니라는 관측이 많다.

 안철수 진영 내부에서도 혼선과 곤혹이 교차하고 있다. “정치공학적 야권연대는 없다는 게 대원칙”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여전히 “연대 안 한다”고 선을 긋고 있진 않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우선 내부에서의 견해차가 가장 큰 요인이란 분석이다. 내부에서도 새 정치를 하려면 독자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과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주면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하다고 한다. 새정추 이계안 공동위원장은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을 만들고 발기인 대회를 준비하면서 연대 논쟁에 휘말리는 건 우리로선 고문”이라며 “창당이 되고 선거국면에 들어가면 그때는 몰라도, 외부에서 쳐 놓은 ‘연대 프레임’이란 덫에 걸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익명을 원한 한 관계자는 “야권 분열하면 안 된다는 여론이 있는 게 사실인데, 이걸 완전히 깔아뭉갤 순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윤 의장의 발언도 어느 정도 안 의원과 조율된 내용이라는 말도 나온다. 설 연휴를 계기로 여론이 안철수 신당 쪽으로 확 쏠리기를 기대했지만 여전히 민주당과 신당이 야권 지지를 분점하는 정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숨 고르기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연대 불가를 공약처럼 내세우기보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타이밍”이라고 봤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야권연대 발언에 힘을 보태는 분위기다. 한 고위 당직자는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높다지만, 호남이야말로 야권 분열해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줘선 안 된다는 의견이 가장 센 곳”이라며 “(안철수 측이) 무조건 따로 간다고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무현계(친노) 일각에선 안철수 진영과 연대해 선거를 치를 경우, 야권 내 주도권을 안 의원 측에 빼앗길 수 있고 나아가 당의 정체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연대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견제구를 날렸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강정책에 있어서 확연한 식별이 가능하지 않고 당을 창당하면 조만간 영역 혼동이 일어나고 중복정당의 문제가 생겨서 결국 다시 합당이니 연대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며 “많은 부담을 가져오는 신당 창당에 대해 국민은 지지 여부를 혼란스러워할 것”이라고 안철수 의원을 정조준했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간 연대가 성사될 경우 3파전이 아닌 양자 대결구도로 지방선거를 치르게 될 것을 우려하는 뉘앙스가 깔려 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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