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치맛바람 공기업 인사도 패가망신감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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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기업 간부·직원 부인들 사이에 인사 청탁용 뒷돈이 오간 사실이 적발됐다. 한국 사회의 발목을 잡아온 공공부문 부패가 계속 곪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부패 척결 대책을 쏟아내지만 조금만 지나면 경각심이 해이해지는 ‘요요(yo-yo) 현상’이 재연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전 한국중부발전 본부장급 간부의 부인 박모씨를 제3자 뇌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직원 부인들로부터 남편을 승진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1900만원과 핸드백을 받은 혐의다. 그릇된 관행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게 아닌지 답답한 노릇이다. 그런 차원에서 최근 법원 판결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지난달 10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는 납품 청탁과 함께 17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송모 한국수력원자력 부장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35억원, 추징금 4억3050만원을 선고했다. 이처럼 비리 관련자들에 대해 중형은 물론 수뢰액의 두 배를 벌금과 추징금으로 뱉어내도록 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받은 돈의 두 배’ 판결이 이어지는 것은 법원이 2008년 신설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2조 제2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수뢰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병과(倂科)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공무원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퇴직급여 등이 감액돼 ‘3중의 제재’를 받게 된다. 한마디로 검은돈을 받았다간 패가망신을 하게 되는 셈이다.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처벌 방법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일부 수뢰 공무원들이 재산을 빼돌리는 등의 방법으로 추징을 피해왔다는 점에서도 필요한 조치다.

 부패인식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만 개선되더라도 4% 안팎의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현대경제연구원)이 나오는 상황이다. 법원과 검찰은 부패 범죄에 대해선 무관용의 원칙을 계속 견지해야 한다.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들은 법의 잣대가 왜 갈수록 엄격해지는지 되새겨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