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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선 이하로 내려선 6월 경제지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5월까지의 산업생산지수는 전년 말과 비교하면 계속 상승추세에 있었지만, 5월중의 그것은 비전월 불과 1.4%라는 미증으로 그쳐, 아연 둔화상을 보여주기 시작했었다.
이를 계기로 업계에서는 경기침체론이 파다했던 것이다.
그러나 5월중의 출하지수는 비전월 7.4%가 늘어났었음으로 적어도 기업의 매출활동에 관한 한 아직도 경기침체론이 우려할만한 것은 못된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었으며 산업생산 증가세의 둔화는 기업이 앞지른 비관적인 경기전망 때문에 미리 생산조정을 꾀한 것이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었다.
그러나 6월에 들어서자 국내산업활동을 크게 좌우하는 수출과 이의 선행지표가 되는 신용장내도 상황은 올해 하반기 경기가 계속 침체를 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불가피하게 하는 결정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화폐발행고·국내여신·수출입 등 14개 경제지표를 종합한 경기예고지표가 드디어 호황선을 내려섰기 때문이다. 우선 6월중의 수출은 전월보다 둔화되었고 신용장내도액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물론 이것은 해외수요의 감퇴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며 이 때문에 수출산업, 그 중에도 특히 섬유류·합판 등 수출대종상품의 출하가 부진하고 재고가 증가하는 사태가 결과되고있다고 볼 수 있다.
수출산업의 출하부진과 재고누증은 급기야 수출산업시설의 가동률 저하를 현재화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지난해의 급속한 수출신장률에 힘입어 무모한 확장투자를 벌여온 수출업계에 대해 가동률의 현저한 저하와 막심한 자금난의 초래라는 당연한 귀결을 가져온 것이며 그것이 곧 요즘의 심각한 불황론의 진원이 되고있다고 하겠다.
대내외 산업활동의 이와같은 부진은 일반적으로는 물론, 내외수요의 감퇴를 반영한 것이다. 수출수요의 감퇴에 관해서는 이미 지적한바와 같지만, 국내수요의 증가세도 최근에 와서는 여태까지의 왕성한 기세가 꺾여 차차 심각한 양상을 보여 주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그 크기가 비교적 안정적인 소비수요도 올해들어서의 급격한 물가상승과 또 이로 인한 소비자 실질소득의 압축은 가계의 긴축지출을 강요하는 요인이 되어 소비수요의 증가는 전과 같은 것이 못될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민간투자는 더욱 감소하였고 건축투자도 크게 줄었으므로 재정지출을 제외한 총수요의 주요구성요소는 모든 기업에 위축을 강요하는 비관적 자료가 되고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같은 수요측의 사정은 통화·금융 면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6월중의 국내여신은 분명히 격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년 말에 비하면 그다지 크게 늘어난 것이라 할 수 없으며 그 동안의 물가상승을 감안한다면 도리어 실질적으로는 감소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같은 경향은 통화공급 면에서 더욱 단적으로 나타났으며 6월중의 실질통화잔고는 사실 현저히 감소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것은 화폐적인 측면에서 총수요의 팽창을 크게 규제하는 구실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공급 면에서 산업활동이 점차 침체화의 기미를 나타내고 있는 요인이 주로 이상과 같은 수요측의 사정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와같은 수급관계를 나타내는 움직임은 6월중의 물가동향에 자주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그토록 현저한 상승률을 보였던 물가도 6월에는 상대적인 안정을 강요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뜻에서 총수요억제책은 물가 면에서는 일단 주효를 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요컨대 이상과 같은 6월중 경기동향은 여러 면에서 하반기 경제활동 전반에 대한 위험신호를 울리는 것이라 볼 수 있으므로 종래의 총수요억제책은 국내생산과 국제수지사정, 그리고 물가동향 등을 함께 감안하여 보다 탄력적인 총수요관리 책으로 전환해야할 시기가 임박했음을 말하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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