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원외교」와 「의원외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올해 들어 의원외유가 급증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 7개 반의 의원사절단을 파견, 의원외교를 벌이고 있는 것이 큰 이유의 하나다.
그리고 여당의원에 대한 외유「통제령」이 대폭 완화되어 위원회와 개인「베이스」외유가 자유로와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월 이후 지금까지 외국여행을 다녀왔거나 7월중 떠날 의원을 합치면 외유의원은 모두 1백29명. 이를 교섭단체별로 보면 공화 40, 유정 37, 신민 34, 무소속 18명이다.
이들 중에는 해외여행을 한번밖에 하지 못한 의원이 있는 반면 5번씩이나 다녀온 의원들도 있어 연인원으로 따지면 2백명 선.
따라서 지난해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의원까지 합치면 9대 국회개원이래 2백16명의 의원 중 한번도 해외에 못나간 의원은 20명을 약간 넘는다.
9대 국회 들어 외유를 경험하지 못한 의원은 공화당에선 이종근 박찬 의원, 신민당은 박영록 최형우 의원, 무소속의 김인기 박귀수 의원, 통일당의 김녹영 의원뿐이고 이와 달리 유정회의 경우는 비교적 많아 15명 정도
이런 추세로 보아 9대 국회는 의원외유의 신기록을 세우고도 남음이 있을 듯.

<우회교섭으로 실효 얻기도>
금년 들어 지금까지 외유한 의원 1백29명 중 반수는 의원사절단이나 IPU(국제의회연맹), APU(아시아 의원연맹) 등 국제회의 참석이 목적이지만 나머지는 상임위별 또는 의원 각자가 그들 나름대로 각종 명목을 만들어 나간 것.
의원사절단은 행정부외교를 측면 지원해 주는 것이 주요임무.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가 하기 어려운 우회·간접교섭을 통해 실효를 거두어내는 일도 있다.
이와 달리 상위별 또는 개별외유의 명분은 「시찰」이 가장 많아 으뜸을 차지하고 있다.
△동남아 인삼시장 시찰(김재춘) △새마을 농촌 시찰(김제원·서영희) △산업시찰(김원규) △교포실태 시찰(임인채) 등.
개별「케이스」에서부터 상위별로는 경제자원시찰(경과), 조세제도시찰(재무), 국제견본시 시찰(상공). 「엑스 포74」참관(상공), 축산제도시찰(농수산), 수산업계시찰(농수산), 교육제도시찰(문공), 지방행정시찰(내무), 군수산업시찰(국방) 등 「시찰」도 갖가지다.
개별 외유가운데는 조찬기도회참석(윤인식 노진환), 교육문제협의(육인수), 무상의료원조 협정체결(정희섭)을 목적으로 한 출국도 없지 않다.
경제위원들은 지난번 영국「뉴캐슬」지방탄광촌을 시찰하면서 지하 갱을 드나들며 실정을 파악했고「캐나다」에 가서는「알래스카」의 유전개발을 공중 시찰하여 샅샅이 살펴보는 등 견문과 교육을 넓혔다.
그러나 의원사절단이나 국제회의 참석이외에는 명분이 약한 외유가 많다는 얘기들이다.

<목침을 폭탄 오인 수색 당해>
의원들의 해외활동은 과거에 비해 미리 자료를 구해 공부하는 등 사전준비도 많이 하고 출국해서도 「골프」·「카지노」에 손을 대는 폐습을 자제해 질적으로 많이 향상이 됐다는 국회주변의 평가다.
그러나 소수 몰지각한 의원들 때문에 빈축을 사는 경우가 아직 가셔지지 않은 듯.
정일권 국회의장을 수행하여 남미와 자유중국을 방문했던 K의원은 외교행낭 편에 개인적으로 산 물개가죽과 신던 신발을 부쳐 말썽을 낳아 귀국 후 질책을 받았고 H의원은 자유중국에서 공식방문기간이 끝나면 일단 출국하는 것이 외교관례인데도 그대로 남아 공관직원들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다는 것.

<1백명 외유비용이 3억원>
또 어떤 경우는 수행의원의 말이 통하지 않아 단장이 통역활동까지 맡아야 했다. 돈을 헤프게 써 현지 공관원들에게 달러를 차용해 쓰거나 8mm영사기나 사들고 관광만을「필름」에 담는「케이스」도 가셔지지 않았다는 얘기. K의원은 외국「호텔」의 베개가 맞지 않아 외유 때면 목침을 싸 가지고 나가는데 지난번 동남아 어느 나라 공항에선 폭탄으로 오인 받아 철저한 수색을 당해 화제.
의원외유의 득실은 보는 이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외유를 한번도 하지 않은 어느 의원은『의원 1인 외유에 드는 돈이 항공료 1백50만원, 체재비·활동비·선물 값 1백50만원 등 3백만원은 든다』면서 40명이면 1억2천만원, 1백명이면 3억원이라는 거액이 소모되는 의원외유를 규제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원들의 해외활동은 국가외교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환경조성에 목적을 두고있지만 목표를 보다 구체화하고 사전 연구활동을 강화하여 보다 전문화하는 노력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허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