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문가들이 말하는 「인플레」억제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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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흔히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약간의「인플레」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인플레」를 회피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안정이냐, 성장이냐』에 대한 답변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사태는 이렇게 한가로운 문답이나 나눌 일이 아닌 것 같다. 돈 값이 떨어지는 속도가 안정은 물론 성장의 기초까지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69년에 7천5백 달러를 번 사람은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74년에는 9천9백33 달러, 79년에는 1만3천5백12달러를 벌어야한다.
그만큼 돈 값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사태가 이쯤 되자 각국 정부와 국민은 설사 불황과 실업을 겪더라도 「인플레」불길만은 잡아야겠다고 결의한 것 같다.
「프랑스」정부는 각종 개인·법인세를 대폭 강화하는 한편 수요억제에 발 벗고 나섰다. 경기침체를 각오하고 대「인플레」투쟁을 벌인 것이다.
미국의 금융인들도 「사이먼」재무장관의 처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이먼」장관은 「인플레」의 화폐측면 요인은 정부지출 축소에서 재화측면 요인은 생산 증가로 제거하는 일종의 양면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 입장에서 보면 문제해결의「키」는 남의 손에 있다.
달러화가 안정되지 않는 한 국내정책을 아무리 성공적으로 이끌어도 헛일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서독연방 은행부총재 「오트마르·에밍거」, 동경은행장 「하라·스미오」, 호주준비은행총재 「존·필립스」경 등은 입을 모아서 미국의 달러 안정이 선행돼야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하라」은행장은 약 1천억의 달러화가 해외에서 부유한다고 지적, 이와 같은 부유 달러화가 「인플레」를 포함한 미국 국내경제의 갖가지 병폐를 전세계에 파급시키는 매체구실을 한다고 비난했다.
각국의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연 5% 이내로만 떨어져도 무엇인가 국내적인 조치를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미국이 강력한 물가정책을 쓰더라도 이른바 세계공황이 올 염려는 없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예컨대 서독연방은행총재「카를·카르제」, 「캐나다」의 「몬트리올」은행장 「아널드·하트」씨 등은 미국의 반「인플레」정책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는「붐」을 맞을 수 있다고 단언하는 것이다.
미국의 유력한 은행가들도 이 의견에 동감을 표했다.
「필라델피아」신용은행장 「하워드·피터슨」, 「뱅크·오브·아메리카」행장 「클로슨」 등은 정부가 기업의 성장에 대해 근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최신기술을 이용한 설비투자와 생산시설의 개선이 계속되어 왔으므로 일단 가동하기 시작하면 상품의 원활한 공급이 이뤄지고 「인플레」의 계속적인「잽」공격도 끝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인지 일부에서는 「인플레」의 위협이 이제 사실상 끝났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물가상승의 최대유인이었던 석유 값이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그밖에 동·양모·고무·고철·곡물 등 주요원자재의 가격도 고개를 숙이고 있으므로 「인플레」는 이미 끝났다는 풀이다. 한가지 아직 풀리지 않은 과제는 임금문제다.
일본의 경우 소위 춘투를 계기로 약 30%의 전면적인 임금인상이 있었는데 이 바람에 1·4분기의 일본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유럽」각국에서도 임금상승률은 연 12∼20%를 기록하고있다.
어쨌든 이와 같은 임금인상이「코스트·푸쉬」요인으로 남아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실물경제가 호전되고 재화공급이 원활해지면 이러한 문제도 자연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약간의 시간격차는 있겠지만 물가상승률 둔화에 맞춰 임금인상공세도 주춤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효과가 펴지기 시작하면 정부지출, 총수요 억제 정책도 철회될 것이고 이에 따라 현재 11.5%까지 기어 오른 「프라임·레이트」는 떨어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말께는 「프라임·레이트」가 8%선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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