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회는 병들어 있는가|미 잡지왕「헨리·루스」의 부인에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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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은 수많은 병폐를 안고있는 국가라는 이야기가 최근 들어 자주 지적되고 있다. 과연 미국이 안고있는 이런 병폐는 무엇이며 해결책은 어디에 있는가?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의 「클리어·루스」여사와의 특별 회견기를 소개한다.
「루스」여사는 「타임」·「라이프」·「포춘」지를 비롯, 많은 잡지를 창간한 미국 잡지왕 고「헨리·루스」부인이다.
그는 자신이「저널리스트」(1930년대「배니티·페어」지의 편집장), 또한 극작가,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43∼47년), 주이 미대사로(53년) 활약한 유명한 여성이다.
-「루스」여사, 미국인은 전에도 지금처럼 제도·정치 지도자·전통적인 신념 등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 왔는가?
『그렇진 않다. 지난 2백년간 미국인은 풍부한 자원이 있는 광활한 땅위에서 낙관적으로 마치「유토피아」의 사람들처럼 살아왔다. 미국인들은 보다 부유해졌고 보다 자유로와졌고 보다 높은 교육을 받게되었다. 빈곤이란 사라져 모든 미국인들은 행복을 추구하는 꿈 「아메리카」의 꿈에 젖어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 꿈에서 미국인들은 깨어나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가 부닥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 그렇다면 미국은 이제 도덕적으로 변모되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미국은 이제 끝없이 풍부하다고 믿었던 부도, 세계의 여러 나라에 언제나 강력하게 행사할 수 있다고 믿었던 권력도 한계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미국은 전세계 인구의 6%를 갖고 전세계 자원의 35%를 소비하는 국가다. 그러나 공업화와 생활수준향상에 열을 올리고있는 다른 국가가 언제까지나 미국이 이대로 자원을 풍족하게 소비하도록 버려 두겠는가?
2차대전후 한때는 미국이 공산국가에 대항하고 실제로는 경제전쟁이라 할 수 있는 냉전을 해왔으나 이제는 세계의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대항, 경제전쟁을 일으키고있지 않은가.』
-왜 미국인들은 「벨트」를 졸라매거나 절약을 하는 대신 여전히 펑펑거리며 풍족하게 살려드는가?
『모든 미국인이 반드시 필요한 물건만 사고 풍족한 생활을 하기를 포기한다면 소비경제 체제인 미국의 경제는 붕괴될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지도자의 간청 없이는 왜 미국인은 절약생활을 하지 못하는가?
『풍족하게 사는 것이 미국인의 관습이 된데다 의회가 결코 절약을 요청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상 국회의원들이야, 미국인들의 여유 있는 생활을 위해 선출되는 지도자가 아닌가.』
-미국인의 애국심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애국심이 단순히 외세의 침입에 대처, 나라를 지키는 것을 뜻한다면 오늘날 미국인들은 애국심을 갖고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나라에 대한 일종의 긍지를 애국심이라고 한다면, 오늘날 미국의 젊은이들은 애국심을 갖고있지 않다고 보아야한다.』
-왜 오늘날 교회는 사람들에게 믿음을 심어주는 힘을 잃었나?
『오늘날 교회는 현대의 과학혁명·심리학과「섹스」혁명 등 큰 변혁에 대치하는데 실패했다.
「토인비」가 말했듯이 문화사는 그 사회의 종교의 역사이기 때문에 오늘날처럼 종교(그 사회제도에 대한 믿음을 포함한 종교)가 없는 시대가 어떻게 될는지 두렵다. 「민주주의제도란 서양의 유대-기독교라는 종교에서 형성된 정치형태인데, 기독에 대한 신념을 잃은 것처럼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도 우리는 잃고 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 미국에서 바람직하게 발전을 보인 분야가 있다면?
『성과 인종문제이다. 건강한 여성이라면 구세대 이전만 해도 30명의 자녀를 낳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특히 여성문제는 크게 향상된 것이다.
내가 미국에서 개혁되기를 바라는 문제중의 하나는 교육제도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들은 1∼2년간 모두 실제로 기술직이나 사회생활에 종사한 후 정말로 공부할 사람만이 대학에 입학하는 제도가 바람직하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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