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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충치와 풍치는 다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큰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C씨는 갑자기 오른쪽 볼이 부어오르고 이가 아파서 치과를 찾았다. 그저 충치려니 생각했다.
치과의사도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오른쪽 송곳니와 어금니가 몽땅 나쁘니 잠시 치료를 해보고 별다른 효과가 없으면 빼버리자는 것이다.
C씨는 너무나 자신만만한 치과의사의 태도에 눌려 이의를 제기할 엄두도 못 냈다. 그저 선처만 바랄 뿐이었다.
지시대로 3주쯤 치료를 받았다. 처음 며칠은 좋아지는 듯 싶었다.
그러나 치과의사는 이를 빼버려야겠다는 지엄한 선고를 내렸다.
이제 겨우 36세인데 벌써 이를 빼야 할 신세라니. 좀 더 일찍 이에 관심을 둘걸 그랬군.
어떻든 C씨로선 이를 빼기가 죽기보다 싫었다. 옛날부터 비교적 이름이 널리 알려진 K박사를 찾아가 보았다.
이를 빼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K박사의 진단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 다시 2주쯤 치료를 받았다. 어찌된 셈인지 성과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친구의 소개로 치줏과 전문의인 P박사의 진찰을 반은 C씨는 자기가 치주염이라는 생소한 질환에 걸려있음을 알게 되었다.
치아가 문제가 아니라 잇몸이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뽑지 않는 보존적 치료가 마땅하다는 P박사의 시원스러운 처방이 내려졌다.
흔히 이가 아프다면 충치정도로 생각하기 일쑤다. 그러나 성인의 경우 충치보다는 오히려 풍치로 알려진 치주염이 더 흔하고 문제가 된다. 확실한 통계는 없지만 성인의 90%이상이 잇몸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의사들도 내과·외과·소아과·산부인과 등등의 전문의가 있듯이 치과의사들도 잇몸의 질병만을 주로 다루는 전문의가 있다.
충치와 풍치는 전혀 다르다는 것과 이를 다루는 치과의사들도 따로따로 전문화되어있다는 사실을 알아두어야겠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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