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아마존」의 「에덴」동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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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마존」강 유역의 지도를 보면 분류를 중심으로하여 수많은 지류들이 흡사 사람몸의 혈관처럼 퍼져있다. 지류 가운데의 하나인 하류의 「슁구」강도 주요한 강인데 놀랍게도 이강가엔 태고적에 원죄로 말미암아 잃어버렸다는「에덴」동산이 실제로 있다.

<혈관처럼 퍼진 지류>
성서에 나오는「에덴」이 「메소포타미아」에 있었을지도 모른다고하여 나는 그전 여행때 마치 고고학자와도 같이 그자취를 찾아녔으나 끝내 찾지못했었는데 이번 이 「아마존」을 여행하다가 이 「슁구」강에서 바로 찾은 것이다.
내가 틀림없이 이곳이 「에덴」이라고 믿는 것은 이름모를 가지가지 꽃나무들이 우거지고 또 수많은 종류의 날짐승들이 아름다운 노래를 읊조리는 평화스러운 보금자리라고 해서만은 아니다.
여기엔 「이브」에 선악과를 따먹도록 갖은 유혹을 했다는 「사탄」의 후예들인 뱀이 수없이 많지만 어떤 유혹에도 빠지지 않는 「아담」과 「이브」들이 살고 있다.
이들의 원죄와 조금도 관련이 없다는 것은 오직 한가지 만으로써 증명할수 있다. 털끝만큼의 죄도 짓지 않았기 때문에 가책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뿐아니라 흙으로 빚어진 직후의 순수한 「아담」과 「이브」의 모습으로 사는 원주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죄를 모르는 사람들>
이들은 국부에 헝겊조차 하나 걸치지 않고도 아무런 부끄러움을 모르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부끄러움을 모른 것은 이들이 미개한 때문이 아니라 선하기 때문일 것이다.
남녀노소 할것업시 국부를 깡그리 드러내고 다녀도 아무런 성범죄가 없을뿐더러 사회질서도 유지되니 이들을 빼놓고 어디서 원조이전의 「아담」과 「이브」를 찾으랴.
그런데 야릇한 것은 남녀들이 한결같이 음모를 깡그리 뽑아버리는 일이다. 서가 「모딜리아니」나 「거야」의 그림속의 과부들은 시꺼먼 음모가 「리얼」하게 그려져 있어서 「섹슈얼」한 느낌을 주건만 실제의 인간조각이라 할 이들은 몽당 뽑아버리니 초도덕적인 행위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 그 까닭은 잘알수 없으나 음모를 뽑은 것이 분명히 음탕하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존」강가의 「정글」에 황혼이 깃드니 더욱 고대에의 환상을 자아낸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짙어지자 날기 시작한다』는 철학적인 추상을 불러일으키는 「헤겔」의 말이 문득 생각난다. 지혜의 여신인 「미네르바」에관한 「로마」신화비슷한 것이 이「아마존」에도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성문화된 얘기보다 몇곱절 더 뛰어난 불문율의 신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마존」이 아닐까.
아니 이「아마존」은 선사시대랄까, 신화이전의 신화를 간직하고 있는 까마득한 고대의 모습을 하고있었다.

<문명의 위기 통감>
나는 여기서 인류의 문명이란 것을 생각해 보았다. 과연이 원시적인 세계 앞에서 문명이 무슨 뜻을 가지고 있을까하는 것이다. 어쩌면 세계를 멸망케 할지도 모르는 현대문명이 무구한 성처녀와도 같은 「아마존」앞에선 「사탄」보다도 극악한 악마로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이런 생각에잠겨 있는데「정글」은 자꾸 어두워져가고 있었다. 다만 저멀리 보이는 「아마존」강만이 무슨 야광체와도같이 훤히 보일뿐이었다. 이때 강가의「정글」속엔 원숭이라고생각되는 짐승의 떼들이 어디로 이동을하는지 나무에서 나무로 넘고있었다. 살기 좋은곳을 찾아서 가는 것이리라.
그옛날의 「게르만」 민족대이동에 비긴다고나 할까.
날이 저물어 어둑어둑한데 이들은 아직도 밤에 쉴 곳 마땅치 않아서 식처를 찾는지도모른다. 몸뚱이가 좀 큰것들이 작은 것들을 보호하면서 데리고 가는 것을 보니 이들의 모성애나 부성애가 만물의영장인 인간의 사랑보다도 크고 아름다와 보였다. 이 지상엔 사랑밖엔 없는 것같았다.
우주전체가 그렇겠지만 이 지구에서도 무엇보다 강한 것은 사랑이 아닐까하고 느꼈다. 이성애보다 더 강한 것이 모성애일 것만 같았다. 이성애는 새로운 생명을 낳기 위하여 잠시 필요할뿐 모성애는 자기 새끼가 자랄 때까지 고이 길러야하며 죽을 때까지 영원히 돌봐주어야 하기 때문이겠지만 새끼를 고이 보살피고 가는 이 짐승떼들을 물끄러미 보면서 종교적인 사랑이 아니라 자주적인 사랑의 위대성을 사무치게 느꼈다.
이동하는 이 짐승떼들의 밤의생태를 살피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으나 더어두워지면 원주민의 마을까지 가기가 어려워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리나라 옛이야기에 나오는 밤의 산골 오막살이 집의 등잔불처럼「인디오」 집들에 불이 점점이 켜질때에야 내가 유숙하기로한 집에 이르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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