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동산 리포트] 해외부동산 투자, 차라리 적극 지원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1989년 초로 기억된다. 당시 정부의 해외 투자 개방 계획 영향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붐이 일어나 돈푼 꽤나 있는 사람은 미국.캐나다.동남아 관광지 등지의 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렸다. 해외 부동산을 소개하는 중개업자들도 판을 쳤다. 특히 미국 플로리다 부동산을 취급하는 대리점만 20여 곳이나 됐다. 이들은 플로리다의 광활한 땅을 250평 정도로 분할해 평당 70~80달러에 팔았다. 당시 가격으로 결코 싼값은 아니었지만 동경의 대상 미국에다 자기 소유의 땅을 갖는 데 대한 욕구가 해외 부동산 투자 열기를 부추겼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사기 당해 쓸모 없는 습지나 악산에 투자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등기도 안 되는 땅을 산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후 15년이 흘렀다. 다시 해외 부동산 투자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해외 부동산 투자 규제를 풀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수출 호조로 쌓여만 가는 달러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인 듯하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국내 여유자금의 투자영역을 해외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한 정책이다. 수 백조원 규모의 투자자금이 국내 부동산에만 몰려 가격만 잔뜩 올려놓는 것보다 해외 부동산 투자사업을 벌이는 게 오히려 국력신장에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수건 돌리기'만 하다간 제 살 뜯어먹는 결과만 낳게 된다.

그럴 바엔 중국.베트남.인도 등 성장 가도를 걷고 있는 나라의 부동산에 투자해 돈벌게 하는 것이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정부가 규제한다 해서 돈 되는 해외 부동산을 그냥 둘 우리 민족도 아니지만 말이다.

지금도 편법 등을 동원해 중국.미국.베트남 등 관심 지역의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성행하고 있는 것을 봐도 그렇다. 지난해 적법한 절차를 통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규모도 2억8121만1000달러에 이른다. 이는 전년 대비 96% 증가한 금액으로 절반이 좀 안 되는 1억3159만 달러가 아시아에 투자됐다. 몰래 나간 개인투자금까지 치면 액수는 훨씬 많아진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는 차라리 해외 부동산 투자를 적극 권장하고 투자 수익을 국내로 안전하게 들여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일 것 같다. 일부 국가는 개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국내에서 위법인 점을 악용해 수익의 송금도 어려울 뿐더러 돈을 뜯어가는 사례가 많다지 않은가.

물론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안내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야 여러 경로를 통해 투자 대상 부동산의 정보를 알아내 사기 당할 염려는 적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일이니 정부 차원에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의 부동산 투자 노하우를 수출로 연결하자는 말이다.

최영진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