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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골초라 담배 해악 잘 알아 … 소송은 국민 위한 선택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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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호 11면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담배 소송 제기는 건강보험공단의 본연의 임무”라고 말했다. “통계 자료와 역학 조사 결과도 담배 재판의 증거로 채택되도록 하는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건보공단]

“국민 건강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담배소송 주도한 건보공단 김종대 이사장

지난달 24일 건보공단 이사회가 11대 2의 찬성으로 담배 소송에 나서기로 결정한 뒤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처음으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김종대의 건강보험 공부방(http://blog.naver.com/mrnhis)'의 방장이다. 지난해 말 ‘담배, 공단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란 제목의 글 9편을 블로그에 올렸다. 여기엔 담배 소송에 대한 김 이사장의 소신과 지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글에선 이번 담배 소송 결정이 오랜 준비의 산물이란 것이 읽혀진다. 직접 쓴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마포의 건보공단 이사장실에서 만난 그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소송은 언제 시작되며 승산은 어느 정도인가.
“소송 규모와 대상 등이 확정되면 2월 중으로 소장을 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2011년 2월 서울고법이 흡연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폐암(소세포암)·후두암(편평세포암)에 대해 시범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므로 승산은 높다고 본다.”

-일부에선 변호사들 좋은 일만 시킨다는 말도 나오는데.
““이번 소송은 공단 내부 변호사 6명과 외부 변호사로 공동 대리인단을 구성해 진행할 것이다. 로펌엔 의뢰하지 않는다.”

-재판에서 이기려면 흡연과 암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은 대만과 더불어 전 국민 의료보험을 실시하는 국가다. 우리 공단엔 5000만 명의 빅 데이터가 쌓여 있다. 공단은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증적인 연구 분석을 통해 흡연의 피해를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증명했다.”

-만약 담배 재판에서 건보공단이 승소하면 배상금은 누구에게 돌아가나.
“건보 재정에 편입될 것이다. 흡연 피해자에게도 배상이 이뤄질지는 검토해봐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0월에 열린 헌법재판소 재판에 장관이 선임한 법률대리인(변호사)을 출석시켜 “담배는 기호식품으로서 흡연의 시작과 중단은 모두 인간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근거하는 것으로, 흡연권 역시 헌법상의 권리”라고 주장했다. 정부 부처의 이번 소송에 대한 견해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획재정부가 담배 소송을 꺼리는 것은 맞다. 복지부는 ‘원칙에 찬성한다. 좀 더 준비를 한 뒤 하자”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이사진(외부 이사 9명, 내부 이사 6명)이 바뀌면 담배 소송도 흐지부지되는 건가. 김 이사장의 임기는 올 11월까지다.
“이번 소송은 우리나라 건강의 역사에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소송 제기만으로도 흡연의 유해성과 중독성이 널리 홍보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통해 금연운동이 확산된다면 재판 결과 못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담배 소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2년 말 공단 이선미 박사가 10년간 축적된 빅 데이터를 이용해 담배로 인한 건보 재정 부담이 연간 1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지만 공단 내부 연구결과여서 확신할 수 없었다. 2013년 8월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가 19년간의 코호트(cohort, 같은 대상을 장기간 추적한) 역학 조사결과 담배가 암을 유발해 생기는 의료비 부담이 연간 1조7000억원이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너무 결과가 비슷해서 두 연구결과를 신뢰하게 되었다. 2030년이 되면 매년 건보 적자가 16조∼24조원에 이를 것이란 보고서를 본 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건보가 지속가능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흡연에 의한 질병 유발로 건보 재정에 누수가 생기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인가.
“흡연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중보건 문제 1위로 지정한 바 있다. 2003년 WHO 총회에서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으며 2005년에 우리나라도 비준했다. 저출산·고령화가 우리 사회의 최대 난제란 것은 널리 인식돼 있다. 임산부의 흡연으로 장애아·기형아 출산이 늘면 인구의 질이 떨어지고 건보료를 부담할 사람도 줄어들 것이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담배 1갑당 354원의 건강증진부담금을 내고 있다. 하지만 담배회사들은 세금만 낼 뿐 건강증진을 위한 기여는 하지 않는다.”

김 이사장은 20년 가까이 골초로 지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하루 2갑씩 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85년 어느 날, 귀가하는 도중 우연히 라디오에서 담배의 해악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당시 심한 피로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내 증상과 너무 비슷했다. 그날로 담배를 끊었다. 금연 뒤 증상이 사라지고 컨디션이 좋아져 흡연이 얼마나 해로운지 실감했다.”

-담배가 (김 이사장의 경우처럼) 그렇게 끊기 쉽다면 담배 소송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듯 담배의 의존성이 그리 높지 않은 것 아니냐.
“나는 성인이 된 뒤 흡연을 시작해 그나마 금연이 가능했다. 문제는 청소년 시절에 흡연을 시작하는 경우다. 일찍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의존성·중독성이 커서 끊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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