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괴질을 '급성 호흡기 증후군'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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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홍콩에서 발생한 괴질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17일 이 괴질을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으로 이름짓고 각국의 정부와 의료진에 비상 경계령을 내렸다.

홍콩 언론은 이날 "이번 괴질 확산은 중국에 다녀온 40대 홍콩 남성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유럽 각국도 감염자 속출=동남아.캐나다에 이어 영국.프랑스.스위스.오스트리아.독일에서도 동남아를 최근 여행했던 사람 가운데 최근 고열.기침.호흡곤란 등 SARS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 11개국에서 최소한 2백여명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사망자는 9명이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동남아 여행 경계령의 수위를 높이고, 홍콩의 드래곤 항공 등 일부 항공사들은 독감 증세를 보이는 여행객의 탑승을 거부하기로 했다.

◆"괴질 시발점은 중국"=홍콩에선 17일 현재 감염 환자가 1백11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보건 당국에선 SARS가 지난달 중국 광둥(廣東)에서 퍼졌던 괴질에서 전파됐다는 관측을 내놓기 시작했다.

명보(明報)는 이날 "홍콩에서 맨 처음 괴질 증세로 입원했던 사람은 중국을 다녀온 44세의 남성"이라고 보도했다.

이 환자는 지난 2월 말 입원 치료를 받은 뒤 건강을 되찾았으나, 그와 접촉했던 의료진과 다른 환자들이 무더기로 감염됐다는 것이다.

SARS란=영국의 BBC 방송은 "이 병의 초기 증상은 고열.두통.기침과 함께 목이 아파 독감과 비슷하다"며 "일부 환자들은 폐렴으로 발전해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감염 경로는 환자가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나오는 작은 침방울에 포함된 바이러스로 추정되지만 의학적으론 확인되지 않고 있다.

괴질의 잠복기간은 7일 미만이며, 전염성이 강해 항공기 여행객들을 통해 중국.동남아를 벗어나 북미.유럽에까지 퍼졌다.

의학전문가들은 "그러나 1918년 4천만명의 목숨을 빼앗았던 독감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홍콩 보건당국은 ▶두 손을 항상 청결히 하고 ▶수건을 공동으로 사용하지 말며 ▶사람이 많은 장소를 피할 것 등을 권유하고 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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