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인플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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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브라질」은 한때 물가상승률이 30%에까지 이르렀었다. 그야말로 야생마가 달려가는 것 같은 「인플레이션」이었다. 이런 현상을 「갤러핑·인플레이셔」이라고도 한다. 네발달린 짐승이 뛸 때 그 발이 하나도 땅에 붙어 있지 않은 모양의 동작을 「갤러핑」이라고 한다.
이것은 일종의 「개발병」현상이었다. 「브라질」은 새 수도(브라질리아)를 건설하는 등 개발과열로 「인플레」가 만성화되고 국가재정은 적자에 허덕이며 해외채무는 날로 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그 「인플레」현장도 20%선으로 가라앉았다. 안정선은 아니지만 그래도 야생마의 고삐는 잡힌 것 같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M·프리드먼」은 작년에 「브라질」을 방문하고 바로 그 「인플레」정책을 높이 평가했었다. 「브라질」은 이른바 물가 「슬라이드」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그것을 「머니터리·코렉션」(monetary correction)이라고도 한다. 「브라질」은 먼저 이 정책을 은행금리에 적용했다.
가령 은행에서 1백만원을 대출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자.
이때 「인플레」가 활발하게 진전되면 은행채무자는 그만큼 불로소득을 얻게되는 셈이다.
그러나 「브라질」은 바로 이점에 착안하고 「인플레」가 된 만큼의 부담을 그 채무자에게 「슬라이드」시켰다. 20%의 「인플레」가 진행되었다면 은행채무자는 실질적으로는 1백만원을 대출 받았지만 1백20만원의 채무를 져야하게끔된 것이다.
이것은 「인플레」현상에 자연히 「브레이크」작용을 하고 저축을 유도하게 된 것이다.
이런 정책은 금리뿐 아니라 임금에도 적용된다. 「슬라이드·시스템」혹은 「슬라이드·스케일·플랜」이 그것이다. 생산력과 노동자수의 변화가 없으면서 물가의 변동이 심하면 고정적 화율제도의 수정이 요청된다. 이런 경우 물가, 즉 화폐구매력의 변화에 따른 활동적이며 탄력성 있는 화폐적 금액의 조정에 의해 실질임금이 항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명목적금과 실질적금의 괴리를 극복하려는 제도이다.
이와같은 정책은 「인플레」의 진전을 억제하는 중화작용을 기대하고 있다. 『「인플레의 중립화』란 그런 뜻을 갖는다.
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이 물가 「슬라이드」제의 채택을 권고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
이미 세계의 물가상승률은 허용한도를 넘은 현실에서 그것은 바람직하다는 견해인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엔 냉담한 의견도 있다. 경제현상은 여러 요인과의 유기적인 관계에서 빚어지고 있다. 따라서 「슬라이드」제는 오히려 「인플레」의 악순환으로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OECD는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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