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기대…뜨거워진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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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전쟁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서울 증시는 그동안 투자심리를 눌러왔던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급등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하루 전만 해도 증시는 이라크 전쟁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폭락하는 등 전쟁을 앞둔 시장의 변동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전이 빨리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증시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봤지만, SK 사태.북한 핵 문제 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한 상승 탄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쟁 랠리 불 지폈나=경험적으로 보면 미국이 전쟁을 시작한 뒤 국내 증시는 대체로 올랐다. 1990년 8월 초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뒤 미국.이라크 간에 전운이 감돌면서 불안감에 휩싸인 국내 증시는 한달간 12% 넘게 떨어졌다.

그러나 91년 1월 17일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직후 투자심리가 살아나 종합주가지수는 4.5% 가량 뛰었고, 이후 한달간 10%나 상승했다.

다만 그 후엔 조정과정을 겪으면서 공격 개시 6개월간 종합지수는 4.1% 정도 내렸다. 미국이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 직후에도 종합지수는 2.3% 가량 상승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각국 기업들은 그동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이라크전에 대한 불안감으로 투자결정 등을 미뤄왔는데 개전 순간 이런 악재가 해소된다"고 말했다.

한편 미 CNN방송은 17일 전쟁 랠리도 좋지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진 종전 이후의 '평화 랠리'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전했다. 최근 1백년간 미국이 참전한 5대 전쟁과 관련, 개전.종전 이후의 1년간 다우지수 흐름을 분석한 결과 종전 이후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단기전 기대감 높아=개전 이후 증시가 상승한다는 분석엔 전쟁이 빨리 끝난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현재 미국은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7%에 육박하면서 80년대의 '쌍둥이(재정.무역) 적자'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전쟁이 길어지면서 막대한 전비(戰費)를 계속 쏟아부을 경우 경기부양에 쓸 돈이 모자라고 결국 미국 경제.증시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결국 속전속결로 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시장에서 우세하다.

또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나라가 더 많기 때문에 장기전으로 갈수록 경기회복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 체제도 약해지고 미국의 손실.부담이 커질 것이란 점도 '단기전→증시 반등'시나리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섣부른 기대는 금물=전문가들은 전쟁 랠리 가능성을 크게 보면서도 무턱대고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문과 카드채 부실 문제로 금융시장 전반이 불안한 데다 북핵 문제가 국가 위험도를 부각시킬 수 있는 상황이어서 반등 강도가 예상보다 약할수 있다는 것이다.

미 CNN방송은 17일 "대포 소리에 사서, 승리의 나팔 소리에 팔아라"는 네이선 로스차일드(19세기의 유명 투자가)의 증시 격언을 좇으려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자칫 손실폭이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방송은 투자심리를 재는 대표적인 지표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가 최근 높아졌기 때문에 증시 등락폭이 그만큼 심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민감해지면서 코스닥 시장에서도 17~18일 하한가와 상한가를 오가는 종목이 속출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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