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단골의사를 정해놓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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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언론인 L씨가 최근 겪은「에피소드」는 비록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우리 나라에도 단골의사제도가 확립, 보편화되어야함을 강력히 시하하고 있다.
지난 2월초 L씨는 소변을 보다 아연실색했다. 오줌빛깔이 마치「콜라」빛을 띠고 있지 않은가.
오른쪽 하복부에 거북한 통증도 느껴졌다.
심상치 않게 생각한 L씨는 가까운 병원엘 찾아갔다. 조심스럽게 진찰을 하고 난 의사는 몇 가지 검사를 해보아야겠다면서 당분간 권고했다.
하는 수 없이 L씨는 의사의 권고대로 입원을 했다. 몇 가지 검사결과 의사는 신장염이라는 판정을 내리고 1개월쯤 입원치료를 하자고 했다.
정확한 진단 명은 급성사구체신 염이라는 것이다.
의사의 지시대로 3주쯤 치료를 받고 나서 L씨는 건강한 몸으로 퇴원했다. 그러나 1주일 후에 비슷한 증상이 다시 나타나지 않는가. 이번에는 하복부의 통증이 아주 심했다.
L씨는 집 부근의 다른 내과 전문의를 찾아갔다. 그 의사도 신장염이 재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름동안 치료를 받았다. 곧 회복되었다.
그런데 2주쯤 지나서 다시「콜라」빛깔의 소변과 하복부의 통증이 나타났다.
L씨는 신경질이 났다. 울컥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도대체 이래가지고 서야 어떻게 의사를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결국 L씨는 친구의 소개로 신장병을 전문으로 다루는 의사의 치료를 받고서야 완전히 회복될 수 있었다. 그의 병명은 신석증 이었다.
L씨가 겪은「에피소드」는 모든 사람의 공통적인 체험이다. 이러한 고통은 우리 나라에 단골의사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단골의사는「홈·닥터」(가정의) 또는「패밀리·닥터」또는 주치의와 같은 말이다.
병에 걸렸을 때 얼굴도 잘 모르는 이의사 저 의사를 찾아다니는 것보다 평소에 교분이 있는 단골의사를 정해놓고 건강상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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